베어벡 감독의 전략적 실책 2제

  • 등록 2007-07-26 오후 6:00:44

    수정 2007-07-26 오후 6:10:28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지나간 일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핌 베어벡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 위에 오른 지금, 그 판단의 근거 가운데 하나로 대표팀 운영에 관한 일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2007 아시안컵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골결정 부족, 단조로운 공격 패턴 등 전술적인 부분을 넘어 전략적인 차원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이다.

쓸데없이 부르고 정작 중요한 때 활용치 못한 해외파
부진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 잉그랜드 프리미어리거 3총사의 부재였다. 베어벡 감독은 염기훈, 김치우, 이근호 등 신예들로 이들의 공백을 메우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프리미어리거 3총사의 기량과 경험 등을 따라갈 수 없었다.

이 대목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이 대회를 앞두고 하나 둘 수술대에 올라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해도 무리한 대표팀 차출이 이들의 부상에 일조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아시안컵 4강전 포함, 베어벡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가진 A매치는 모두 16경기(7승3무6패)였다. 프리미어리거 3총사는 지난 달 2일 네덜란드와 평가전 이전까지 대표팀이 치른 8차례의 A 매치 가운데 5경기에 출전했다. 이들은 네덜란드전부터 부상으로 대표팀에 아예 합류하지 못했다. 

지난 2월 런던에서 열린 그리스전은 이들에게 큰 영향이 없었으나 국내에서 치른 4경기가 문제였다. 영국에서 10여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경기에 나서느라 피로가 누적됐고 공교롭게 한국에서 경기를 가진 직후 부상 소식이 들려왔다. 

이 4경기 때마다 구태여 이들을 불러야 했는지 의문부호를 달 수 있다. 지난 해 홈 경기로 가진 이란, 대만, 시리아와의 아시안컵 예선 3경기와 지난 3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이 그것이다. 약체 대만과의 아시안컵 예선(8-0승리), 박지성과 이영표를 전반만 소화하도록 한 우루과이전(0-2패)때는 이들의 대표팀 차출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베어벡 감독은 조직력 강화 등에 의미를 뒀겠으나 작은 것을 얻으려다 정작 중요한 때 이들을 불러보지도 못하는 결과가 된 셈이다.

▲지나치게 열심히 했던 이라크와 제주 평가전
지난 달 29일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가진 이라크와 평가전이 끝난 뒤 베어벡호는 사기충천했다. 프리미어리거 3총사와 김남일 등 대표팀 핵심 멤버 없이 치른 아시안컵 대비 첫 평가무대였지만 결과는 3-0 대승. 스코어도 스코어지만 경기 내용도 압도적이었다.
 
 선수단은 물론 팬들도 아시안컵에서 큰 일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평가전은 베어벡호에 약이 아닌 독이었다.

4강전을 앞두고, 베어벡 감독과 선수들은 그때 결과 때문에 방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제 경기장에서 이라크 선수들과 맞부딪힌 한국 선수들은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불과 20여일전의 그들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반면 이라크는 한국의 공격과 미드필드 라인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분석, 대비책을 마련한 게 분명해 보였다. 한국은 경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답답한 모습으로 일관했지만 이라크의 플레이는 효율적이면서 날카로웠다.

94년 미국 월드컵 사령탑을 지낸 김호 이데일리 SPN 칼럼니스트(대전 감독)는 이와 관련, 당시 월드컵에 출전한 콜롬비아를 이야기했다. 세계적인 스타 카를로스 발데라마가 주장을 맡았던 콜롬비아는 펠레가 우승후보로 꼽을 정도의 강호였으나 루마니아에 1-3, 미국에 1-2로 지는 부진 끝에 예선탈락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그때 콜롬비아는 대회 개막전 미국에서 가진 평가전에서 총력전을 펼치며 펄펄 날았다. 하지만 가진 전력을 낱낱이 노출하는 결과를 낳아 본 대회에서는 그들을 철저하게 연구한 상대팀들에게 속절없이 무너졌다.

김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갖는 평가전은 대개 팀의 조직력을 다지고, 대회 때까지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게 기본적인 목적이라고 했다. 쓸데없이 전력을 그대로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베어벡 감독은 이라크와 제주 평가전의 의미를 어디에 두고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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