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연속 1위→'오세이사' 100만…극장 접수한 日영화 신드롬

'슬램덩크' 사흘 연속 정상…200만 돌파 임박
'오세이사', 21년 만의 100만 돌파…日 실사영화 세 번째
40대男 사로잡은 '슬램덩크', 10대女 홀린 '오세이사'
세대 취향 저격한 '팬덤 전략' 통했다
  • 등록 2023-01-30 오후 12:08:56

    수정 2023-01-30 오후 7:37:36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일본 콘텐츠가 연초 한국 극장가를 강타했다. 3040 세대의 추억을 자극한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주말 박스오피스 첫 정상에 등극하며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장기 흥행을 기록 중인 로맨스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는 ‘러브레터’(감독 이와이 슌지) 이후 21년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일본 멜로영화에 등극했다. 국내 관객들을 사로잡은 ‘J무비’ 신드롬에 국내 영화 업계는 긴장 중이다.

30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날 하루 무려 9만 826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리고 있다. 누적 관객 수는 192만 2719명으로 근 시일 내 200만 관객 돌파가 유력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은 도전을 그린 영화로 1990년대 인기 만화책인 ‘슬램덩크’가 원작이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각본 및 연출에 참여했다. 지난 4일 국내 개봉한 뒤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 국내 대작 ‘교섭’과 경쟁해왔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이어오다 개봉 23일 만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역주행 열풍을 보여주고 있다. 이때부터 사흘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 중이다.

연휴 내내 1위를 기록했던 황정민, 현빈 주연 ‘교섭’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열기에 박스오피스 2위로 밀려났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는 1990년대 만화책을 보고 자란 3040세대 남성들의 취향과 추억을 저격한 전략이 주효했다. 그간 극장의 주 소비층은 20대 이상의 여성들이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소외됐던 40대 이상 남성들을 극적으로 극장에 불러모았다는 평가다. 원작을 읽은 3040 남성들은 물론 농구 등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20대 남성, 입소문에 민감한 여성 관객들까지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30일 개봉한 일본 로맨스 영화 ‘오세이사’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영화 수입사 미디어캐슬에 따르면 ‘오세이사’는 전날 정오를 기점으로 누적 과객 수 100만 966명을 기록했다. 일본 실사 영화가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멜로 영화 ‘러브레터’(1999)와 공포 영화 ‘주온’(2002) 이후 이번이 세 번째로 약 21년 만이다.

‘오세이사’는 ‘아바타2’와 동시기에 상영돼 초반엔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10대, 20대 여성 관객들 사이 팬덤을 구축하고 N차 관람 신드롬을 통해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10대 소년과 소녀의 애틋하고도 순수한 사랑, 10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학교생활, 문화를 담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반응이다. 일본 대형 기획사 자니스의 보이그룹 나니와단시의 멤버 미치에다 슌스케가 주연을 맡았다. 미치에다 슌스케가 속한 그룹 나니와단시가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점도 한몫했다.

미치에다 슌스케는 영화의 100만 돌파를 앞두고 최근 한국을 방문해 흥행 감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는 “작품이 바다를 건너 한국에 오고 일본 실사 영화 톱3에 올랐다는 자체가 매우 놀랍고 영광”이라고 전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두 일본 영화의 인기 현상이 ‘세대 특화’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오 평론가는 “극장의 티켓값이 오른 이후로는 관객들이 ‘아바타2’ 같이 기술력과 자본으로 밀어붙인 대작이 아닌 이상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충성도가 높은 ‘팬덤’을 공략하는 것인데, ‘슬램덩크’와 ‘오세이사’는 각각 40대 남성, 10대 여성 등 특정 세대가 공감할 법한 감성을 제대로 건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관객들을 불러들이진 않지만, 확실한 하나의 세대 전체를 극장에 불러들이는 전략이 제대로 통한 것”이라며 “한국 영화들은 이런 현상에 주목해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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