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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가수 황찬성이 수줍게 웃었다. 황찬성은 3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모처에서 진행한 케이블채널 tvN 수목 미니시리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 연출 박준화, 이하 ‘김비서’) 종영 인터뷰에서 드라마에 대한 소회와 애정을 드러냈다.
이국적인 외모를 자랑하는 황찬성과 그가 연기한 고귀남 캐릭터.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고귀남 대리는 까칠한 워커홀릭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엄청난 자린고비. 단벌신사라는 걸 감추고자 “옷 고민이 싫어 같은 옷을 10벌 샀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때론 궁상맞은 고귀남을 위해 황찬성은 마음껏 망가졌다. 후반부 드러난 안타까운 사연과 김지아 비서(표예진 분)과 로맨스가 더해져 귀여운 캐릭터로 완성됐다.
그의 공도 컸다. 원작에서 고귀남은 엘리트 사원 정도에 머문다. 캐릭터의 전사(前史)를 직접 만들어 보라는 박준화 PD의 제안에 깜짝 놀랐다. 그날 밤 황찬성은 박 PD에게 A4 용지 2장 분량의 이메일을 보냈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 동료들에게 “네~ 가세요”라며 혼자 빠지는 장면이나, “한 번 얻어먹으면 언젠가 대접해야 하니 먹지 않겠다”라는 대사가 여기에서 시작됐다. 종방연 당시 입은 네이비 슈트는 드라마에서 착용한 의상이다. 단벌신사라는 설정 때문에 실제로도 한 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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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선택의 기준이 궁금했다. 그는 “재미”라고 답했다. ‘김비서’에 합류할 때도 시놉시스도 없는 상황에서 제작진부터 만났다. 그만큼 원작의 힘을 믿었다. “많이 안 나온다”는 PD의 말도 예상했다. 전작인 뮤지컬 ‘스모크’에서 받은 배움과 중압감도 이유 중 하나였다. 그는 “‘김비서’는 힐링이었다”며 “함께 한 배우들도 ‘언제 또 만날까 싶은’ 참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웃었다.
특별한 인연이 유독 많은 이번 작품이었다. 박민영은 벌써 세 번째 같은 작품에 출연했고, 강기영과 황보라와도 각각 두 번째 인연이다. 덕분에 편안한 현장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종영 다음날 보도된 박서준과 박민영의 열애설에 대한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며 “유쾌하고 좋은 작품인데 관심이 분산돼 작품의 진가가 묻힌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가끔 지금 기억 그대로 데뷔할 때도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해요. 항상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땐 모르고 부딪쳤던 게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위안이 되는 건 그래도 그때보단 성장했구나 느낄 때가 있어요. 적어도 머물러 있지 않은 거잖아요. 배우로서도 마찬가지에요. ‘황찬성이 연기한다’고 했을 때 뻔하지 않고 기대를 줄 수 있음 좋겠어요. 그렇게 색깔이 있는 배우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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