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인공도 아이돌(출신) 일색…높아진 아이돌 의존도

  • 등록 2017-10-13 오전 6:00:00

    수정 2017-10-13 오전 6:00:00

‘매드독’ 류화영, ‘당신이 잠든 사이’ 수지, ‘병원선’ 강민혁, ‘별별 며느리’ 이주연 함은정, ‘도둑놈 도둑님’ 서현, ‘마녀의 법정’ 정려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배우 류화영이 12일 오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전날인 11일 첫 방송된 KBS2 수목 미니시리즈 ‘매드독’에서 액션 연기를 선보이고 섹시미를 발산하며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매드독’ 첫회 화제의 중심은 남자 주인공 유지태가 아니라 여자 주인공인 체조선수 출신 보험조사원 장하리 역을 맡은 류화영이었다. 극중 보험사기 증거를 잡고자 의사를 유혹하는 장면에서는 특히 육감적 몸매에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더해 호평을 이끌어냈다.

류화영은 걸그룹 티아라 출신이다. 티아라 탈퇴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어느 덧 주연급 여배우로 성장했다.

류화영뿐만 아니다. 드라마 방송 시간대 채널을 돌릴 때마다 전·현직 아이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불륜을 주요 소재로 다루는 아침 드라마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아이돌 가수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출연진이 등장한다. 예능에 이어 드라마까지 아이돌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은 연기자로 성공을 꿈꾸는 연예인 지망생들에게도 중요한 스타 등용문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에는 아이돌 가수 출신들이 드라마에 출연할 때 역할이 제한도 있었고 연기력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요즘은 그런 일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 미니·주말·일일 ‘연기 경계’ 허문 아이돌

현재 지상파만 보더라도 MBC ‘도둑놈 도둑님’에 소녀시대 출신 서현, ‘밥상차리는 남자’에 소녀시대 출신 수영, ‘별별며느리’에는 티아라 함은정과 애프터스쿨 이주연이 각각 여자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병원선’에서는 주인공인 하지원을 중심으로 한 주요 인물들 중 내과의사 곽현 역은 씨엔블루 강민혁, 간호사 유아림 역은 AOA 권민아가 연기하고 있다.

KBS2 ‘마녀의 법정’ 주인공인 검사 마이듬을 연기하는 정려원은 걸그룹 샤크라 출신이다. ‘내 남자의 비밀’ 진해림 역에 출연 중인 박정아는 쥬얼리에서 활동했다. SBS ‘사랑의 온도’ 서현진은 밀크, ‘당신이 잠든 사이’ 수지는 미쓰에이, ‘언니는 살아있다’의 주요 4인방 중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다솜은 씨스타 출신이다.

아이돌 가수 출신의 연기 겸업 및 전업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부분은 청소년 대상 드라마, 청소년들이 공감대를 가질 만한 역할이었다. K팝이 중국·일본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해외 투자사들이 특정 아이돌 그룹 멤버를 캐스팅하는 것을 투자의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지만 미스 캐스팅 논란 등의 문제가 야기되기도 했다. 가수 활동 때문에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 도전은 방송 기간이 짧은 미니시리즈가 주류였다. 요즘은 미니시리즈와 방송기간이 6개월이 넘고 시청층도 다양한 주말드라마, 저녁 일일드라마 등도 가리지 않는다. 극중 역할의 직업도 다양해졌다. 최근 드라마의 추세는 디테일이 갈수록 강해진다는 것이다. 연기자는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직업을 섬세하게 표현해내야 한다.

◇ 연기 교육도 체계적…생방송 무대의 담력까지

과거의 논란이 현재 크게 줄었다는 것은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됐다는 증거다. 데뷔 전 연습생 시절부터 노래, 춤과 함께 연기 연습도 체계적으로 받은 결과다. 더구나 가수들은 각종 음악프로그램에서 생방송 무대를 경험한다. 무대를 거치지 않은 채 녹화만 경험하는 배우들보다 담력이 있고 임기응변에 능하다.

요즘 가수 기획사들은 아이돌 그룹 멤버를 드라마에 출연시킬 때 처음부터 큰 역할을 고집하지 않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기 시작 단계인 그룹 멤버는 물론 이들을 카메라 앞에 세워야 하는 제작진 모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그룹 멤버는 연기자로 체계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경험이 쌓인다면 팬덤의 힘까지 등에 업은 만큼 역할 비중을 키워나가기도 수월하다. 이 때문에 연기자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있으면서도 가수 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는 지망생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오롯이 연기자만을 꿈꾸는 지망생들은 갈수록 꿈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연기만 전문으로 하겠다는 지망생들이 줄어들면 배우 전문 기획사들의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정덕현 평론가는 “배우 지망생이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산업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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