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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27, 울산현대)이 갑작스런 부상으로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돼 축구대표팀(감독 허정무) 포워드라인에 비상이 걸렸다.
염기훈은 2일 오후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클럽 목포시청(감독 김정혁)과의 연습경기 도중 왼발에 부상을 입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곧장 목포시내 병원으로 향해 MRI를 비롯한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발등뼈 피로골절이 의심된다는 진단이 내려졌고, 염기훈은 2일 밤 귀가조치됐다.
◇고질적 부상 재발
왼발 발등뼈는 염기훈의 고질적인 부상 부위다. 2008년 4월 K리그 경기 도중 다쳐 처음 수술대에 오른 이후 매년 한 차례씩 재발돼 수 개월씩 재활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이번에 당한 부상의 상태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동아시아대회 출장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염기훈이 하차할 경우, 허정무호는 당장 공격력면에서 적지 않은 손실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염기훈은 동아시아대회를 염두에 두고 목포에서 실시한 국내 전지훈련 기간 동안 참가선수들 중 가장 뛰어난 공격감을 선보여왔다.
날개 미드필드로서, 그리고 최전방 공격수로서 각각에 어울리는 움직임을 선보이며 A팀의 공격을 주도했다. 세트피스 찬스에서, 또는 결정적인 슈팅 기회가 왔을 때 시도한 왼발 슈팅은 정확성 면에서 가장 돋보였다. 사실상 국내파대표팀의 공격 지휘자 역할을 수행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동아시아 대회를 앞두고 염기훈의 빈 자리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새 얼굴의 보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허정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3일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염기훈이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아 동아시아대회에 나설 수 없을 것 같다"면서도 "대체선수들이 모두 소속팀에서 훈련 중이라 차출이 어려운 만큼 추가 보강 없이 22인 엔트리로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 날개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은 '젊은 피' 김보경(오이타트리니타)이 소화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병준(포항스틸러스), 이승현(부산아이파크), 김재성(포항스틸러스) 등 가용자원이 풍부한 오른쪽과 달리 왼쪽 측면은 그간 염기훈과 김보경의 2인 체제로 운영돼왔다.
중앙미드필더 김두현(수원삼성)이나 공격수 이근호(주빌로이와타)가 보직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지만, 각자 자기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인 만큼 김보경 쪽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동아시아대회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줄 경우 남아공월드컵 엔트리 발탁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김보경에겐 커다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골잡이로서의 역할은 이동국(전북현대)과 이근호(주빌로이와타)가 나눠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염기훈은 이승렬(FC서울)과 더불어 포워드진의 백업 멤버로 분류되어온 만큼, 스트라이커로서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
정작 아쉬운 건 왼발 프리킥 찬스를 도맡을 전담 키커의 부재다. 염기훈은 정확도 높은 왼발 킥 능력을 바탕으로 국내파 대표팀의 프리킥 찬스를 도맡아왔다. 해외파와의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도 존재감을 인정받아 온 부분이다.
염기훈의 부재는 왼발로 킥 또는 슈팅을 시도해야 할 상황에서의 허정무호 득점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주호(주빌로이와타), 김재성(포항스틸러스) 등이 왼발 킥이 가능한 선수들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
동아시아대회 첫 경기인 홍콩전은 차치하더라도, '공한증'에 시달려 온 중국과의 경기나 '영원한 맞수'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왼발 킥에 능한 스페셜리스트 없이 나서야 한다는 사실은 아쉽기 그지 없다. 동아시아대회를 넘어 월드컵 본선 무대에 대비해서도 허정무 감독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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