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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지금의 전병호(35.삼성)가 있게 한 또다른 힘이 있다. 복기(復棋)가 그것이다.
'언제 어느 경기에서 누구에게 무슨 공을 던졌는데 결과가 어땠다'는 것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확한 날짜까진 아니지만 누구와 무슨 승부를 펼쳤는지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때부터 키운 습관이다. 마운드에 오른 날이면 매일같이 빼놓지 않고 일지를 적 듯 그날의 승부를 기록해갔다.
이젠 어디에 있는지 찾기 힘들어졌지만 당시의 기록하는 습관은 전병호가 마운드에서 머릿싸움을 펼칠 수 있는 가장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전병호는 "그때는 정말 야구가 너무 좋았다.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또 그 공을 어떻게 던졌는지 기록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이젠 적지 않고 머릿속에 넣어두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상황을 그려낼 수 있다.
-첫 대결
1회 1사 1,2루. 어떻게든 땅볼 타구를 유도해야 했다.
초구는 바깥쪽 싱커,볼(브룸바의 반응 체크. 몸이 조금 먼저 열리는 스타일)
2구는 바깥쪽 직구,볼(직구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3구도 몸쪽 직구,볼(몸쪽에 붙여 바깥쪽을 멀게 보여야 한다.)
4구는 싱커 스트라이크
5구는 바깥쪽 싱커,볼(브룸바의 방망이가 따라나오며 유격수 병살타)
-두번째 대결
3회 또 1사 1,2루.
전병호는 이후 두차례 더 브룸바를 만나 무려 3개의 병살타를 솎아내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6월16일 대구 현대전서 브룸바에게만 두개의 홈런을 얻어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전병호는 "이전과 비슷한 패턴으로 승부한 것이 패인이었다. 브룸바가 내 볼 배합을 읽어낸 느낌이었다. 코너에 몰리자 다른 선택을 못하고 싱커에 의존하는 승부를 했다. 그럴 수록 더 다양한 배합을 자신있게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직도 배우고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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