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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2연속 은메달을 일궈낸 차민규(29·의정부시청)는 ‘깜짝 메달’이라는 표현이 섭섭한 눈치였다.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해서 이룬 결과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차민규는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34초39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차지한 가오팅위(중국·34초32)에 불과 0.07초 뒤진 기록이었다.
4년 전 평창 대회와 여러가지로 닮았다. 차민규는 평창에서도 34초42의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금메달을 목에 건 호바르 홀메피오르(노르웨이)에 불과 0.01초 뒤졌다.
평창에서도, 베이징에서도 차민규는 메달 후보가 아니었다. 평창에선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깜짝 메달이라는 표현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니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2021~22시즌 월드컵 네 차례 대회에서 최고 성적이 7위였다. 심지어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500m 1차 레이스에선 18위에 그쳐 디비전 B(2부리그)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에도 10위권 밖을 맴돌았다.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기에는 기록이 너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차민규는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았다. 오로지 자기 페이스대로 차분하게 준비했다. 그는 올림픽 직전인 지난 1월 전국남녀 종합스피드스케이팅 대회를 마치고 “시간이 흐를수록 평창 때 0.01초 차로 금메달을 놓친 게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이번엔 금메달을 노려보겠다”고 큰소리쳤다. 당시만 해도 무모한 목표처럼 보였지만 그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착실한 준비와 충분한 훈련량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었다.
행운도 찾아왔다. 월드컵 4차 대회가 끝나고 수소문 끝에 장철 코치와 재회했다. 장철 코치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장비 담당 코치로 차민규에게 큰 도움을 줬던 인물이다. 차민규는 스케이트날 정비의 최고 권위자인 장철 코치와 함께 하면서 올림픽 준비에 날개를 달았다.
차민규 소속팀 의정부시청의 제갈성렬 감독은 “차민규는 다른 선수보다 장비에 예민한 편인데, 장비 문제가 생기면서 절망적인 상황에 놓였다”며 “장비 문제가 해결되면서 심리적으로 편안해진 덕분에 예상을 깨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민규는 메달 획득 후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 메달세리머니에서 시상대를 손으로 닦는 동작을 해 눈길을 끌었다. 4년 전 평창 대회 당시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딴 캐나다 선수들이 한 행동과 비슷했다. 당시 캐나다 선수들의 행동은 다른 종목에 출전한 자국 동료 선수들의 판정 불이익에 항의하는 뜻이었다.
실제로 차민규가 어떤 의도로 이런 동작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차민규가 쇼트트랙에서 나온 편파판정에 항의하는 것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래도 차민규는 여느 때처럼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았다. 환하게 웃으며 시상대에서 기쁨을 만끽했다.
차민규의 베이징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차민규는 18일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민석(23·성남시청)과 스피드스케이팅 1000m 메달을 노린다. 차민규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