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현은 ‘래퍼 대전’이 벌어졌던 지난 시즌 깜짝 활약을 펼치며 두각을 드러낸 신예 래퍼 중 한 명이다. 귀에 쏙쏙 박히는 유니크한 허스키 보이스 랩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미션을 거듭할수록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쇼미더머니9’는 작년 한 해 동안 열심히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어요. 목표를 정해두고 노력을 하는 게 목표가 없는 것보다 낫잖아요. ‘쇼미더머니9’을 1년 단기 목표로 삼고 벌스를 계속해서 써나갔고, 그런 부분들이 실력을 키우는 데 있어 도움이 됐어요.”
허성현은 올 초 힙합 듀오 다이나믹듀오(최자, 개코)가 이끄는 얼반 뮤직 레이블 아메바컬쳐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쇼미더머니9’ 당시 ‘다와이’(다이나믹듀오+비와이) 팀에서 함께하며 인연을 맺었던 게 계기가 됐다. ‘쇼미더머니9’을 통해 이름과 얼굴을 알린 것만으로도 큰 수확인데 덕분에 든든한 둥지까지 생겼다.
“아메바컬쳐는 저에겐 꿈의 회사였어요. 예전부터 다이나믹듀오 형들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학창시절 가장 오랫동안 컬러링이었던 노래가 개코 형의 ‘될대로 되라고해’였을 정도에요.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후 랩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카피한 아티스트가 다이나믹듀오이기도 했고요. 홈페이지를 통해 아메바컬쳐에 지원서를 넣어본 적도 있어요. (미소).”
“예전에는 비트를 받고, 가사를 쓰고, 집에서 대충 녹음한 뒤 믹스를 맡기고 나서 돈을 절약하며 영상을 찍는 식으로 작업을 했어요. 지금은 회사에 녹음 장비도 있고, 작업하고 싶은 프로듀서가 있으면 회사를 통해 컨택을 시도할 수도 있으니 음악에 훨씬 더 집중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이 된 거죠.”
한편으로는 음악 작업을 하는 데 있어 이전보다 생각이 많아져서 고민이라고 한다. “‘쇼미더머니9’ 이전에는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진짜 내 곡만 만들었어요. 하루에 한 곡씩 계속 만들어 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저 혼자 음악하는 게 아니기도 하고, 시장의 흐름도 확인하면서 다른 분들의 활동도 지켜봐야 하다 보니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졌어요. 또 예전처럼 그냥 유튜브에 있는 비트에 맞춰 랩을 하는 게 아니라 프로듀서 형들과 합을 맞춰 앨범 진행에 직접 관여해야 하기에 신경 쓸 부분이 많아졌죠.”
클래식 공연이 열리는 홀에서 재즈 전공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무대를 펼치는 것도 버킷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스무 살 때부터 꿈꿔왔던 목표에요. 관객 드레스코드를 정장으로 정해서 재즈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요. 끝나고 나서 기립박수를 받는다면 더 좋겠죠. 그런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려면 꽤 많은 관객이 필요할 테고, 관객이 정장을 입고 오게 만드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장기 목표로 잡았어요.”
마지막으로는 인터뷰를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Huh!’가 제 예명은 아니에요.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에 음원을 올릴 때 허성현을 영문으로 써서 넣으려면 너무 길어서 짧게 표기하기 위해 쓴 것일 뿐 랩 네임은 아니죠. 예전에 다른 랩 네임을 쓴 적도 있지만 지금은 허성현으로 활동하는 게 좋아요. 초성(ㅎㅅㅎ)이 이모티콘 같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