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18일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팀은 간판 선수 10명을 핀란드 2부리그 메스티스 리그에 보낸다고 발표했다.
박우상과 김윤환(27), 조민호(25), 신상우(25), 이돈구(24)는 키에코 완타, 김기성과 동생 김상욱(24), 김우영(24), 성우제(20), 박성제(24)는 HC 게스키 우지마에서 뛰게 된다. 핀란드는 NHL(북미), KHL(러시아)과 함께 전 세계 3대 아이스하키 리그로 인정받고 있다.
내친김에 안양 한라는 다음 시즌 자체 팀(가칭 유로 한라)를 창단해 메스티스 리그에 직접 참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파격적이고 신선한 발상이다. 선수 개개인이 해외에 진출한 적은 있어도 팀의 핵심선수 10명을 한꺼번에 한꺼번에 보낸다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 협회가 아닌 개별 팀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안양 한라의 계획은 앞으로 6년이나 남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경기적으로 준비하는 첫 발이다. 현재 시설이나 행정적으로는 ㅇ올림픽 준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각 종목별로 경기력을 어떻게 끌어올릴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실정이다.
이유가 궁금했다. 양승준 안양 한라 사무국장에게 전후 사정을 들었다. 양승준 국장은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의 산파 역할을 했다. 지금도 실질적으로 팀의 살림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오늘날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의 출범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양승준 국장의 첫 마디는 “솔직히 미친 짓이죠”였다. 하지만 그 ‘미친 짓’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면 실력을 낼 수 있는 종목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일부겠죠. 아이스하키는 올림픽에 출전하기도 어렵습니다.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이지만 우리가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한다고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에 열리는데 가만히 있으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큰 결심을 하고 내린 결론입니다”
여전히 험난하고 어려운 길이다. 한국 정상급 선수들이 핀란드리그에 진출한다고 실력이 는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출전 기회 조차 얻지 못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안양 한라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역사이자 대들보다. 올해로 벌써 창단 18년째다. 관심을 갖지 않는 비인기종목팀을 18년이나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심지어 IMF사태로 모기업이 공중분해되는 상황에서도 아이스하키팀은 명맥을 유지했다.
안양 한라 정몽원 구단주의 열정과 사명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이는 사회적 책임과도 연결돼있다. 기업이 사심을 갖고 홍보효과를 노렸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다. 하지만 안양 한라는 철저히 사회환원이라는 대의를 갖고 아이스하키팀을 이끌어왔다. 작은 이익에 일희일비하는 다른 프로스포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양승준 국장은 안양 한라의 이같은 노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반드시 빛을 발할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의 지난 해 국제랭킹은 31위였지만 지난 4월 디비전1-B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적같은 우승을 이루면서 디비전1-A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톱리그가 16개팀이고 바로 밑에 디비전1-A에 6개 팀이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한국이 세계 22위라고 할 수 있죠. 18위까지 올라가게 되면 올림픽에 나갈 확률이 있습니다. 디비전1-A에서 죽어도 살아남은 뒤 모든 노력을 다해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면 올림픽 출전도 결코 꿈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