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정형돈이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저희 경기가 최고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난 8월19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특집으로 펼쳐진 `도전 WM7 프로레슬링` 대회. 마지막 3번째 경기를 마친 정형돈의 얼굴은 땀과 눈물이 뒤엉켜 있었다.
정형돈뿐만 아니었다. 한 팀이었던 정준하, 상대 팀이었던 유재석과 손스타. 그리고 하하, 길, 박명수, 노홍철 등 레슬링 특집을 위해 1년간 피땀을 흘린 멤버들 모두의 얼굴이 그러했다. 이들의 표정은 환하지 않았지만 눈빛만큼은 감격과 환희로 들떠 있었다. 이들은 끝내 서로 부둥켜안고 울먹였다. 체육관을 꽉 채운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지난해 여름 `무한도전` 1년 장기프로젝트로 기획된 프로레슬링 특집이 11일 오후 방송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8월 장충체육관에서 펼쳐진 `무한도전` 레슬링 경기를 보여주며 하이라이트인 정형돈 정준하와 유재석 손스타의 태그매치가 중점적으로 전파를 탔다.
`무한도전` 사상 최장기 프로젝트로 기획된 프로레슬링 특집은 `무한도전`의 첫 번째 이름이었던 `무모한 도전`처럼 무모해 보였다. 링 위에서 구르고 뛰어오르고 힘으로 상대방을 넘겨야 하는 프로레슬링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과 체력, 그리고 근력이 수반되어야만 가능한 격투기다. 또한 상대 선수와 철저하게 합을 짜야 하는 거대한 쇼라 그렇다.
|
주변의 우려에도 `무한도전` 멤버들은 지난 1년간 운동 스케줄에 따라 꾸준히 프로레슬링을 연마했다. 낙법조차 모르던 이들은 하나씩 기술을 익혀갔다. 그 과정의 고됨은 10여 차례의 프로레슬링 특집을 통해 공개됐다. 결국 이들은 마지막 시합에서 예상치 못한 고난도의 멋진 기술과 지치지 않는 투혼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시합이 끝나고 `무한도전` 멤버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몇 십분 밖에 되지 않은 시합을 위해 1년 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서였을 것이다. 또한 그 힘들고 꾸준했던 과정이 쌓여 자신들도 모르게 고난도의 기술을 펼치고 관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것에 스스로 대견스러워 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는 방식이다. 또한 `무한도전`이 웃음과 재미에만 집중하는 예능프로그램의 한계를 스스로 뛰어넘는 방식이기도 하다. `프로레슬링 특집` 역시 이를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비록 `프로레슬링`이 짜고 하는 쇼라 할지라도 수많은 시청자들이 프로레슬링 특집편을 보며 감동을 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던 것은 과정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았서 였다. 링 위에 올라 아픈 내색을 하지 않던 정형돈과 정준하. 그러나 그 위에 오르기 까지 어떤 고통고 인내가 있었는지 `무한도전`은 가감없이 보여줬다. 그들의 도전은 거짓이 아니라 진짜였고 결과가 아니라 과정 그 자체였던 까닭이다.
`무한도전`이 단순한 예능프로그램을 넘어 우리 사회 하나의 아이콘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결과지상주의에 매몰되어 과정을 등한시 여기는 우리 사회에 대한 대중의 염증이 투영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우연이었다면 그것은 이 시대 시청자에게 하늘이 내린 행운이자 복이다.
▶ 관련기사 ◀
☞`무도` WM7 파이널, 호평 속 시청률 상승…`스타킹`에 역전
☞'무도' 미스터리 특집, 멤버들 우정 빛났다
☞[포토]`무도` 프로레슬링 특집 대성공 `감사합니다`
☞`무도` 김태호PD "증인 4천명 있는데 레슬링 우롱했다고?"
☞하하 "강호동, `무도` 멤버와 술자리 잦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