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A선수는 오는 23일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솔직히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싶지 않다. 대표팀보다는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고, B선수 역시 "나를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며 대표 발탁을 귀찮아 했다. 특히 아시안컵처럼, 병역면제 혜택이 없는 대회의 경우 선수들이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이 없는 남자 농구의 경우는 더 하다. 죽어라 뛰어 봤자 처참한(?) 성적으로 인해 돌아오는 것은 비난 뿐이기 때문이다. 남자농구 대표팀 소집일이었던 지난 5월1일, 대표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23명 가운데 진단서를 제출한 선수는 무려 17명이었다. 시즌이 막 끝났기 때문에 부상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 가운데는 부상을 이유로 차일피일 대표팀 합류를 미룬 선수들도 있었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 '한국 농구의 간판' 김주성(28·원주 동부)의 대표팀에 대한 책임감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오는 7월28일 일본에서 개막하는 2007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을 겸한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이었던 김주성은 "사실 대표팀 훈련 중에 테스트를 받으러 가는 것이 마음 편치 않다"면서 "테스트 중 작은 부상이라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며 대표팀 훈련을 걱정했다.
더욱이 김주성은 테스트를 받은 다음날인 25일(한국시간 26일) 토론토에서 출발하는 직항 비행편이 모두 만석인 관계로 27일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대표팀 훈련 때문에 절대 안된다. 다른 도시에 들러 원거리로 돌아 오더라도 바로 출발해 26일까지 한국에 도착할 수 있는 비행편을 알아봐달라"고 구단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김주성과 함께 동행한 유동혁 대리는 출국 당일까지도 돌아오는 항공편을 알아보느라 진땀을 뺐고 시카고나 뉴욕 등을 경유해서라도 일찍 도착할 수 있는 귀국편을 알아보고 있다.
토론토 캠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오는 7월 NBA 서머리그 초청받는다 해도 "아시아선수권 출전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서머리그에 갈 수 없을 것"이라는 김주성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농구인은 "요즘 선수들은 대표팀에 소집되는 것을 군대에 끌려가는 것 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태극마크'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있는 현실 속에서 김주성이 보여주는 자세는 '그가 왜 프로농구 연봉킹인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