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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호 칼럼니스트]
박주영(FC 서울)을 두고 말들이 많다.
지난 2일 열린 네덜란드와의 A매치 대표팀에 빠진 것을 비롯, 기대만큼 큰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불과 2년 전 독일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통해 차세대 한국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에 비하면 요즘 모습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2007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발탁 여부조차 불투명하다고 하니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한창 떠오르다 스러진, 재능있는 선수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박주영의 부진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팀에서 생활해보지 않았고, 주변 환경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난 2년간 소속팀의 감독 스타일과 맞지 않았을 수도 있고, 스스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심리적으로는 주위의 기대나, 스스로 느끼는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해 안정을 찾지 못한 까닭으로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 박주영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선수라면 누구나 이런 시련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이런 과정이 좀더 빨리 찾아 왔다고 할 수 있으나 상심하지 말고 혼자 극복해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나는 청소년 대표 출신이 아니다. 오랫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했어도 소위 ‘엘리트 코스’는 거치지 않은 셈이다. 지금도 생생한 기억이 있다. 청소년 대표 선발전에서 최종적으로 탈락하고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당시 소속팀이었던 제일모직의 대구 합숙소로 가면서 펑펑 운 일이다. 선발전에 나갈 때 선배들은 ‘당연히 뽑힐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국 물을 먹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때처럼 운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개월 뒤 대표팀에 뽑혔다. 그런데 당시 소속팀 감독이었던 안종수 선생님이 대표팀에 가는 것을 말렸다. 지금가면 벤치에만 앉아 있을테니 좀 더 다듬어서 가라는 것이었다. 수긍하고 그대로 따랐다. 다음해 대표팀에 가선 한번도 주전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차태성 조윤옥 등 라디오에서만 이름을 듣던 대선배들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이들을 이기지 못하면 설 자리가 없다’고 다짐하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러기 위해 모자란 점을 메우려고 연구하고 노력했다.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프로가 정착이 된 요즘에는 이런 자세가 더욱 필요할 것 같다. 스스로 설계하고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보완해야 하며 집중해야 한다. 그게 프로다. 오늘만 보지 말고 축구에 심취해야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축구 선수는 축구화를 벗는 그날까지 스스로 연구해야 발전한다. 당장의 상황에 흔들려선 큰 선수가 될 수 없다.
현역시절 소속팀에 새로운 선수가 오면 대개 1개월 정도면 그 선수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생활을 보면 됐다. 축구만 알고 축구에 빠진 선수와 재능은 있지만 어려운 순간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선수들은 생활에서 나타났다. 후자의 경우 선수 생활이 길지 않았다.
또 유럽은 유소년 클럽 생활등을 통해 철저하게 자기를 관리하는 습관이 배어 있다. 클럽에서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를 어려서부터 분명하게 가려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등 긴 아마추어 시절을 거쳐 프로에 입단한 뒤 비로소 프로의식을 요청받는 한국 선수들과 이런 유럽 선수들은 정신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한국 선수들의 경우 좀 더 기다려 줄 필요가 있는 이유다. 특히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은 선수 선발 기준으로 현재의 컨디션을 가장 강조하는데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한국적인 상황을 고려해 줬으면 한다.
더욱이 유럽도 가능성있는 선수는 기다려 줄줄 안다. 웨인 루니 등이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다. 욱하는 성질 탓에 사고도 치곤 했으나 가능성을 보고 때로는 달래고, 때로는 관리하면서 고비를 넘겨 오늘의 루니가 있는 것이다.
박주영처럼 재능이 있는 선수가 중도에 스러지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우선은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그리고 주위에서 힘을 보태주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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