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18일 우즈베키스탄전은 실망스러운 점이 더 많았다. 경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경기를 통해 비전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올림픽 대표팀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먼저 올림픽 대표는 팀이 산만했다. 경기를 세련되게 풀어 나가지도 못했고 선수들 간의 협력 플레이는 매끄럽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3선에서 바로 최전방으로 연결하는 패스가 너무 잦았다.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클 수 밖에 없었다. 원톱 한명이 시종 이런 패스를 받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기 힘들다. 나중에는 체력이 떨어져 찔러주는 패스를 따라가지도 못하게 된다.
압박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상대가 가진 공은 우리 선수들이 서로 협력해서 프레싱해야 뺏을 수 있다. 혼자 열심히 쫓아 다닌다고 압박이 되지 않는다. 수비 또한 수비수끼리, 수비와 미드필더가 협동해서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게 미흡했다. 상대에게 위협적인 중거리 슛을 허용하는 것은 협력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수비 조직의 밸런스가 아직 맞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하던 습관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았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대표팀에서는 약속된 플레이를 통해 조직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
오늘 새벽 시리아를 상대로 4차전을 가진 일본의 플레이는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원정 경기였음에도 불구, 일본은 드리블을 해 나가면서 경기를 설계할 줄 알았다. 선수들도 자신이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알고 경기에 임하는 것 같았다. 이런 것을 보고 싶었다. 일본 뿐만 아니라 호주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경기력도 상당했다. 최종 예선에서는 이 정도 팀들과 본선 티켓을 다퉈야 하고, 본선에서는 보다 수준 높은 팀을 상대해야 한다.
한국 축구가 유럽 지도자를 영입할 때는 이유가 있었다. 당장의 성적도 성적이지만 한국 축구에 유럽축구를 훌륭하게 접목, 희망을 보여 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베어벡 감독은 한국 축구에 비전을 제시해 줘야 할 책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