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신드롬 ① 호불호 뚫고 폭주하는 흥행 열기, 왜?

봉준호 브랜드파워, 창조적 영화 기획, 영화의 메시지 3박자
영화적 디테일 놓고 찬반 논란 벌이는 기현상도
  • 등록 2013-08-12 오전 9:03:01

    수정 2013-08-12 오전 9:29:41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설국열차’ 등 한국영화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GV 상암점을 찾은 시민들이 영화를 보고 있다.(사진=한대욱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설국열차’가 폭주 중이다.

개봉 12일 만인 11일 644만5400만명의 관객 기록을 세웠다. ‘설국열차’의 600만명 돌파는 1000만명 돌파의 신화를 이룬 ‘해운대’(16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3’(13일)의 기록을 앞선 것이다. ‘설국열차’는 ‘신드롬’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생각보다 별로라는 반응도 꽤 있다. 10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는 상황에서 호불호가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설국열차’의 네이버 영화 네티즌 평점은 8.01이다. 개봉 초반 7점대과 비교해 상승 추세다. 현재 점수는 봉준호 감독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살인의 추억’의 9.37과 1000만 관객 영화인 ‘괴물’의 8.61보다는 낮지만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은 ‘마더’의 7.87보다는 높다. 트위터 등 SNS에서 ‘설국열차’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과 실제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느끼는 완성도에 괴리가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특히 몇몇 평론가들이 제기한 거대 배급사의 배급 독과점 등 외적인 요소만으로 600만 관객이 넘는 흥행 열기를 해석할 수는 없는 것도 분명하다.

영화 ‘설국열차’
‘설국열차’ 흥행의 원동력은 ▲봉준호 감독의 브랜드 파워 ▲창조경제적 영화 기획·제작 ▲시대적 상황과 맞물린 영화의 메시지 등에 있다. ‘설국열차’는 ‘믿고 보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설국열차’에 대한 일부 폄훼의 시각도 봉준호 감독의 브랜드파워에서 시작됐다. 모두 얼어붙은 땅에 포식동물이 등장한다거나 열차가 1년에 지구를 한바퀴 돌아 정해진 궤도를 돈다면 시속 12km 남짓이라는 등 몇몇 설정에 대한 논리적 반박도 나왔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영화는 과학이나 수학이 아니다. ‘설국열차’에 대한 논란은 봉준호의 브랜드파워가 어느 정도인지 드러내는 대목이다. 과거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해석의 여지가 다양했고, 유머가 넘쳤다. 반면 ‘설국열차’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그 때문에 기존 봉 감독의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 이렇다저렇다 말을 꺼내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폭발적인 영화의 성공은 봉 감독이 이야기의 힘을 줄인 게 아니라 다르게 풀어내 성공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설국열차’의 기획·제작은 기존 한국영화 제작 문법을 벗어난 창조경제적 시각으로 진행됐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봉준호 감독·제작사 CJE&M이 주축으로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스타 등을 캐스팅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개봉 전에 이미 167개국과 사전계약을 맺으면서 제작비 430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220억원을 벌어 화제를 모았다. 이창현 CJ E&M 영화미디어마케팅 팀장은 “봉준호 감독의 기획력과 영화 제작에 참여한 박찬욱 감독의 뚝심이 한국 영화 시장에서 4000만 달러 남짓한 제작규모의 작품을 만들어낸 원동력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자평했다.

‘설국열차’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이야기, 다시 말해 영화의 메시지다. ‘설국열차’는 새로운 빙하기에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인 열차 안에서 꼬리칸 사람들이 억압을 딛고 엔진을 차지하기 위해 지도층이 있는 앞칸을 향해 반란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담았다. “애초부터 나는 앞쪽칸, 당신들은 꼬리칸, 제자리를 지켜!”라는 영화 대사는 시스템 속에 갇힌 영화 속 인류의 현재와 영화 밖 인류의 미래를 드러낸다. 영화는 중반부터 무언가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저항의 문제를 이야기하다, 막판 또 다른 설정으로 관객의 상상에 맡긴 ‘열릴 결말’로 끝난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관객 6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폭주’를 계속하고 있다.(사진=권욱기자)
공교롭게도 지난 1,2년 동안 한국 영화 관객은 시스템의 혼란·부재·개혁 등을 담은 작품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개봉된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최고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재난 영화 ‘감기’는 국가재난 사태 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뇌를 다뤘다. 심지어 ‘범죄와의 전쟁’은 비리 가득한 카르텔에 대한 비판, ‘7번방의 선물’은 사법부 시스템의 부조리를 영화 내용의 기저에 깔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설국열차’의 성공은 봉준호 감독의 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적 완성도 외에 일정 정도 시대적 상황에 힘입은 바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국정원 정국이라는 용어처럼 요즘 국내 시스템에 대한 혼란을 영화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대중의 의식이 숨어있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도움말/ 김형석 영화평론가, 전찬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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