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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닝에 6점이 뒤집힌다는 건 상식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특히 이제는 '누구든 홈런을 칠 수 있는 시대'다. 삐끗하면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도 있었다. 집중력이 강한 LG 타선이라면 더욱 그랬다.
실제로 흐름은 잠시 묘하게 흘러갔다. 이우선은 1사 후 4연속 안타(2루타 1개 포함)를 허용하며 2점을 빼앗겼다. 한방 더 맞으면 오히려 삼성이 쫓기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이우선의 승리였다. 마지막 타자가 된 이택근을 병살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매조지했다.
삼성의 승리로 끝나기는 했지만 뒷맛이 깔끔한 경기는 아니었다. 다음날 또 LG와 경기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랬다.
최근 5,6점 차에서도 승리조를 투입시키는 감독들의 심경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확실하게 경기를 끝내는 것과 추격을 허용하는 것은 이후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모 팀 투수코치는 이 장면에 대해 "9회 아웃카운트 3개를 어떻게 잡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다음날 경기가 있을 땐 더욱 그렇다. 팬들이 보기엔 많은 점수차에서 핵심 불펜 투수가 나오는 것이 썩 맘에 들진 않겠지만 현장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이날 경기에 등판하지도 않았다. 나오지도 않은 투수에 대한 칭찬 치고는 과한(?)것 아닐까.
그러나 오승환의 존재감은 이날도 경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날 선발 윤성환은 8회까지 마운드에 있었다. 또 6점차 리드 상황에서도 삼성 벤치는 주저없이 이우선을 택할 수 있었다. 모두 오승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 팀 감독은 "점수차가 제법 있어도 불펜 B조 투수 쓰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요즘 야구다. 타자들이 세지기도 했지만 각 팀 마무리 투수가 완벽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무리가 확실치 않은 것과 제법 점수차가 커진 상황에서도 핵심 불펜을 써야 하는 것은 무슨 상관 관계가 있을까.
올시즌 구원 부문에선 오승환(삼성)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나홀로 두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하며 18세이브 행진중이다.
27.1이닝 동안 무려 42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9이닝당 삼진률이 무려 13.82개나 된다. 주자가 있어도 홀로 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이 그만큼 탁월하다는 의미다.
위기 상황에서 수비수 들의 실책이나 상대의 빠른 주루 플레이에 대한 고민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일단 타구가 맞아나가면 불안감도 함께 출발한다. 하지만 오승환이라면 그런 걱정이 크게 줄어든다.
구원 부문 경쟁자 중 가장 높은 삼진율 수치는 넥센 송신영의 8.37개.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한 차이다.
단순히 오승환이 있어 1승을 지킬 수 있는 것 만이 아니다. 오승환이 던질 수 있는 날은 필승 계투조의 투입도 아낄 수 있다. B조를 넣어 흐름을 본 뒤 최악의 상황이 오면 오승환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오승환은 14일 경기서 이우선이 연속타를 허용하자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삼성 벤치엔 자신감을, LG 벤치엔 조급함을 안겨준 장면이었다. 오승환이 진정한, 그리고 유일한 '끝판왕'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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