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박진만 'WBC 대표팀 심리적 버팀목'

  • 등록 2009-02-19 오전 10:55:01

    수정 2009-02-19 오전 10:56:10

▲ 박경완(왼쪽)과 박진만(오른쪽)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박경완의 리드만 믿고 있다.", "박진만이 2라운드에서라도 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무한신뢰'라는 단어조차 무색할 정도다. 김인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이 포수 박경완과 유격수 박진만에 대한 믿음이 그렇다. 두 고참 선수의 무엇이 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정답 역시 '믿음'이다. 다만 그 주체가 감독이 아닌 선수들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 위주로 짜여진 2기 WBC 대표팀에선 더더욱 그들에 대한 선수들의 믿음이 절실히 필요하다.

박경완은 WBC의 독특한 투구수 규정의 중요한 해법이다. 정대현 봉중근 오승환 정도를 빼면 WBC의 투구수 제한을 경험해 본 투수가 없는 상황. 낯선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선 박경완의 역할이 너무도 중요하다.

박경완의 가장 큰 무기는 신뢰다. 볼 배합이란 100% 정확할 순 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투수가 포수의 사인을 믿고 던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SK를 넘어 대한민국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김광현은 "박경완 선배님은 인터뷰때 이런 얘기 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선배님 리드대로 따라가면 늘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때론 실패할 때도 있지만 박경완의 리드라면 믿고 따를 수 있다는 뜻이다. 포수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인 셈이다.

괜한 이름값에 그치지 않는다. 박경완에 대한 투수들의 신뢰는 박경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의 오랜 동료 김원형은 포수로서 박경완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투수탓을 하는걸 못봤다. 결과가 좋지 않을때도 스스로 자책하며 문제를 찾는 포수다."

야구는 컴퓨터 게임과 달라서 모든 상황을 마음 먹은대로 처리할 수 없다. 혹 투수의 공이 포수가 원하는대로 들어오지 않아 큰 낭패를 당하더라도 스스로에게서 문제를 찾는 것. 박경완이 최고 포수라는 훈장을 달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박진만의 존재감 역시 믿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상대의 타구를 정확히 예측해 쉽게 잡고 쉽게 던지는 그의 플레이는 투수는 물론 다른 야수들에게까지 믿음 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

지난해 8월 쿠바와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9회 1사 만루 위기는 강철 심장으로 유명한 마무리 정대현에게도 어마어마한 부담이었다.

구리엘을 상대로 던진 3구. 정대현은 "마음 먹은대로 공이 꺾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리엘의 방망이가 힘껏 도는 순간, 정대현은 잠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고개를 돌려 외야쪽을 바라보는 순간, 어느 틈엔가 박진만이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병살타로 경기가 마무리 됐다.

정대현은 "안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진만이형이 있었다. 정말 믿음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진만의 능력은 숫자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다. 2008시즌 경기당 수비 기여도만 놓고 보면 박기혁(5.38)이 박진만(5.27)을 앞선다.

그러나 그 자리에 박진만이 서 있는 것과 다른 선수가 서 있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특히 어려운 순간이 찾아오면 더욱 그렇다. 박진만은 "투수는 야수를 믿고 던지면 된다"는 평범한 진리의 가장 적합한 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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