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야구엔 빨래판 복근이 필요 없다

  • 등록 2009-01-09 오전 10:57:42

    수정 2009-01-09 오전 10:59:02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새해가 밝으며 프로야구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각 팀들은 자율 훈련을 마치고 하나 둘씩 본격적인 팀 훈련을 시작했다.

팀 훈련이 시작되면 모두가 최선을 다한다. 어차피 정해준 스케줄이 끝나지 않으면 개인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정작 시즌 성적을 예상해볼 수 있는 기회는 자율 훈련기간이 더 적당할 수도 있다. 진짜 훈련에 임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자율 훈련 기간이 되면 예전에 한 고참 선수가 해줬던 말이 떠오른다. "12월에 팀 웨이트 트레이닝장에 가 보면 대충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거울 보는 선수가 많으면 그 팀은 좋은 성적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거울은 웨이트 장의 필수 장비(?)다. 지루함과 동의어라 할 수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장치가 바로 거울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몸의 변화는 거울을 통해 금세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야구를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거울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점이다. 야구 선수는 연예인들 처럼 예쁜 근육을 가질 필요가 없다. 흔히 말하는 '식스팩'이나 '빨래판 복근'은 야구 잘하는데는 별반 도움이 안된다.

야구에 있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이란 부상 방지와 지구력 및 체력 보강, 여기에 순간적인 힘을 낼 수 있는 파워를 키우기 위한 도구다.

예쁜 근육을 만드는 것과는 그 방식 자체가 다르다. 이승엽은 일본 진출 자율 훈련 기간이면 웨이트 트레이닝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한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고 할 만큼 훈련량이 많다. 그러나 그 결과 이승엽이 예쁜 근육을 갖게 됐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 고참 선수가 말하는 '거울 보기'란 보여주기 위한 몸 만들기를 뜻한다. 한마디로 거울 보는 선수가 많다는 것은 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선수가 많다는 뜻이고, 이는 결국 야구에 별반 도움이 안된다는 의미다.

비슷한 경우로 야구계에는 '스탠드 플레이'란 말이 있다. 기본에 충실하기 보다는 멋있게 보여지는 것에 더 관심을 두는 선수를 뜻한다. 많이 치고 달리고 던진 것 같은데 결과는 늘 신통찮은 선수들이 여기에 속한다.

문제는 스스로는 왜 그런지에 대한 인식을 잘 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거울 보는 남자'들의 공통된 성장 걸림돌이다.

한국 야구의 대표 레전드 양준혁(삼성)이나 이종범(KIA)이 벗은 몸이 멋있어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스타다.
얼마 전 우연히 만난 그때 그 고참선수에게 물었다. "요즘은 거울 보는 선수 많이 줄었죠?" 그는 대답 없이 싱긋 웃어보이기만 했다. 시즌이 끝나고 나면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될 것같아 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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