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9일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 간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주)씨제이이엔엠(CJ ENM)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협상이 최종 마무리되면 CJ ENM의 자회사 OTT 티빙은 앞으로 3년간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을 독점할 권리를 얻게 된다.
이번 입찰에는 포털·통신 컨소시엄(네이버·SK텔레콤·LG유플러스·아프리카TV)과 에이클라(SPOTV)가 참여했다. 연평균 450억원 가량의 중계권료를 제시한 CJ ENM이 경쟁사들을 압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포털·통신 연합이 5년간 중계권을 따내며 지불한 연평균 220억원 대비 두 배가 넘눈 액수다.
다만, CJ ENM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프로야구 중계의 ‘보편적 시청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이다. OTT는 유료 모델 플랫폼인데다가 CJ ENM이 제시한 중계권료 액수도 크고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유료 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기에 일반 시청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이다.
일단, 제도적으로 보장된 ‘보편적 시청권’을 OTT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프로야구가 ‘보편적 시청권’의 대상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현행 방송법은 제2조 25호에서 ‘보편적 시청권’을 법으로 보장하는 시청자의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그 밖의 주요행사 등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와 그 밖의 주요 행사를 고시해 90%의 가시청가구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테면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중 한국 국가대표팀 출전 경기는 90%의 가시청가구를 확보해야 한다. 동·하계 아시안게임과 야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 한국 국가대표팀 출전 경기는 75%의 가시청가구가 확보돼야 한다.
더구나 프로야구가 보편적 시청권 개념이 적용되는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그 밖의 주요행사’인지도 모호한 상태이다. 방통위 고시상에는 ‘국가대표팀 경기’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야구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임은 부인할 수 없다.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부상한 이유도 프로야구로 유입되는 팬들은 물론이고, 기존 팬들까지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과금을 감수하고 프로야구 중계를 택할 이들이 적다는 현실적 판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무선 중계권 사업 외에도 TV 중계권은 별도로 취급한다. 즉, 지상파 3사(KBS, MBC, SBS)와 지상파 3사의 자회사인 스포츠 채널 3사가 보유한 TV 중계권은 유무선 중계권 사업에 포함되지 않기에, 방송법에서 규정하는 보편적 시청권이 확보된다는 의미이다.
물론, 스포츠 중계에 대한 수요는 TV(지상파+케이블)에서 온라인, OTT로 옮겨지고 있는 게 트렌드이다. 수용자로서는 시간 맞춰 TV 중계를 보는 것보다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면을 돌려보는 게 편할 수밖에 없다. 유료 플랫폼 사업자들 입장에서도 스포츠 시장은 놓칠 수 없다.
국내 최대 스포츠인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 사업 입찰로 인해 보편적 시청권이 화두로 떠오르는 것도 이해 못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든,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다시 확인한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제도적 변화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방통위는 현행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해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OTT를 포함 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논의 단계일 뿐 구체적인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미디어산업 변화에 맞는 통합 미디어 법체계를 따로 연구하고 있어 논의는 길어지고 있다.
공공 서비스로서의 성격이 강한 보편적 시청권과 상업적 이익의 충돌을 상쇄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개념을 현행보다 더욱 명확히 하고, 범위를 구체화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핵심은 시청자의 권리이다.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연구자/ 전 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