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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아일랜드 록밴드 U2가 오는 12월 8일 한국을 찾는다. 데뷔 43년 만이다. 록 팬들 사이에서 U2는 “남북통일이 이뤄져야 내한할” 아티스트로 손꼽혔다. 그만큼 내한 가능성이 희박하단 의미였다. 전 세계적인 인기와 달리 국내에선 마니아층이 열광하는 밴드라는 인식이 컸다. 수익 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십 억 원의 개런티를 선뜻 내기도 어려웠다. 맞춤형 장비를 사용한다는 점도 있었다. U2가 아시아 국가를 찾은 것은 2006년 일본이 유일했다. 팬들이 오랜 기다림으로 지쳐갈 때쯤 지난달 31일 내한 소식이 발표됐다.
특이한 점은 주최사였다. 그동안 톱 아티스트들의 내한이 대부분 모 카드회사를 통해 이뤄졌다. 이번엔 MBC였다. MBC U2 사무국 소속인 남태정 PD에 따르면 MBC에서 첫 내한 기획안이 나온 건 2004년이다. 2008년 본격적인 추진이 진행됐다. U2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는 밴드라는 점을 고려해 파주 임진각을 후보지로 물색했다. 아쉽게도 당시에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새 사장을 맞은 2018년 1월, 라디오 본부는 “U2 내한을 다시 도전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MBC 각 부서에서 ‘록 덕후’ 11인이 차출됐다. 남 PD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수년 전 U2 멤버인 보노 옆집에 한인이 산다는 말을 듣고 수소문했다”며 “그분을 직접 만나 내한해달라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번에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그 사이 한국에는 고척돔이란 돔 공연장이 생겼고, 수많은 해외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찾았다. 남북 상황도 달라졌다. 지난해 연말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 측으로부터 “YES”라는 답을 받았다.
U2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화물 전세기 4대 분량, 50피트 카고 트럭 40대 분량의 글로벌 투어링 장비를 공수해야 한다. 콜드플레이 등 내한 아티스트들이 대부분 화물 전세기 1~2대 사용한다. U2가 그 2배에 달하는 이유는 기성 장비가 아닌 맞춤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U2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가로 61미터·세로 14미터 규모의 8K 해상도 LED 스크린을 이용한 초대형 무대를 연출한다. 대신 스피커를 숨겨 시야를 보호하는데, 이런 기술이 “전부 화물이고, 비용”이다. 장비 설치만 5일, 철수에 이틀이 걸린다. 이 또한 다른 아티스트와 비교하면 2~3배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된다.
김형일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대표는 “U2는 항상 혁신적인 기술을 요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무대 연출 기술이 성장해왔다”면서 “그런 기술력이 K팝 가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방탄소년단의 투어를 함께 진행한 김 대표는 “이번 방탄소년단 투어를 전 세계 최고의 스태프들과 함께 했는데 그중 절반이 이번 U2 투어에 합류한다”고 귀띔했다.
오랜 노력의 결실이지만 고민도 깊다. U2는 한국에선 덜 대중적인 포스트 펑크 장르가 주력이다. 지지층은 탄탄하지만 요즘 세대가 함께 반응해 줄지는 미지수다. 김형일 대표는 이번 투어의 출발점이자, 명반 ‘조슈아 트리’(The Joshua Tree)를 언급했다. ‘With or Without You’,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등 U2의 대표곡을 포함한 앨범으로 2500만 장 이상 판매되고 첫 그래미 수상을 U2에게 안겼다. 이번 투어는 ‘조슈아 트리’ 30주년을 기념하는 ‘조슈아 트리 투어’의 연장 공연이다. 6개월 동안 51회 공연으로 270만 명 이상 관중을 동원한 2017년 투어는 그 해 가장 성공한 투어로 통한다. 올해 투어는 11월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호주, 싱가포르, 일본에 이어 한국이 마지막 개최국이다.
“LP판을 모으는데, ‘조슈아 트리’ LP를 정말 많이 봅니다. 이처럼 U2의 음악을 사랑했던 모든 중장년층이 집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또 K팝도, 록도 모두 사랑 받으며 문화의 저변이 단단해지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김형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