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방' 송해, 왜 '딴짓'을 할까(릴레이 인터뷰)

  • 등록 2017-06-15 오전 6:59:24

    수정 2017-06-15 오전 6:59:24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평균 나이 71.7세, 방송경력 총합 195년. MC 송해, 이상벽, 허참, 임백천의 이야기다. 4MC는 지난달 첫 선을 보인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세상의 모든 방송'(이하 '세모방')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세모방'은 박명수·박수홍 등 후배 MC들의 타방송 체험기와 이를 평가하는 '세모방 위원회'의 토크로 구성된다. 4MC가 곧 '세모방 위원회'다. 한 시대를 풍미한 4MC가 한 프로그램에 나온다는 것 자체로 화제였다. 전설 같은 4MC를 차례로 만나봤다. <편집자 주>

'세모방' 녹화에 2시간 앞둔 상암 MBC 대기실을 찾았다. ‘영원한 오빠’ 송해를 만나기 위해서다. 일찌감치 도착한 송해는 작가와 마주 앉아 대본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대본을 곁에 두었다. KBS1 '전국노래자랑'이 그러하듯 대본 암기는 송해의 철칙이었다. 제작진에 따르면 송해는 대본에서 거의 벗어나는 법이 없다. 후배 MC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상대방에 대한 배려였다.

―'세모방'이 3회까지 방송됐다.

△개인적으론 만족 못하고 있다. 촬영해오는 패널과 스태프들이 아주 수고를 많이 한다. 세상의 모든 방송 아닌가. 꽝PD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전직이 뭐요?'하고 물었더니, 이 세상일은 다 해봤다고 했다. '저 사람 참 만고풍상 다 겪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각 연령층 유행어를 다 알고 있더라. 촬영부터 녹음, 섭외까지 다 한다. 마지막은 '먹방'인데 음식이나 요리에도 박식하다. 세파를 많이 겪어봐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사람을 우리 프로그램이 아니면 발견할 수 없다.

―주로 혼자 진행을 했다. 이번엔 집단 MC 체제다. 어떤가.

△위원들이 많지 않나. 까딱하면 시끄럽다. 눈치껏 양보를 해야 한다. 나만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희극 하는 사람들을 보면 톤이 높다. 보통 다들 톤을 올려서 진행을 한다. 이 프로그램은 그렇게 갈 수 없다. 혼자 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할까. 아직 낯설다. 새로운 공부가 되는 게 많다.

―1회 방송 말미 속기사에 따르면 녹화 도중 "18번 웃고 15번 시무룩했으며 32번 딴 짓을 했다". '딴 짓'의 비중이 다소 높은데 실은 대본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

△대본을 보기도 하고, 화면 안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한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으면 대본을 보는 걸로 보인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참 재미있다. 그렇게 들어줘야 한다.

송해하면 방송가 최고령 연예인이다. 독보적인 연륜을 자랑한다. 후배들 앞에서 전체할 법도 하다.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이들은 오히려 후배의 말에 귀 기울이는 그의 모습에 놀란다. 혹여 자신으로 인해 일정이 늦어지는 경우 스태프 모두에게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전한다고. 

―요즘 즐겨보는 예능이 있다면.

△시대 변화가 참 빠르다. 솔직한 이야기로 우리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게 많다. 워낙 빠르니까. 웃음이라는 건 여운이 있어야 한다. 그 여운이 좀 남아야 하는데, 이어서 바로 받아치니까 그 웃음이 가치 없이 흘러가는 느낌이다. 아쉽다.

―그런 면에서 박명수, 박수홍과 호흡은 어떤가.

△세대과 좀 다르지 않나. 두 사람은 톤이 좀 높다. 뭘하는지 모르게 지나갈 때가 있다. 그래도 이상벽, 허참, 임백천이 있으니까 눈치를 좀 보는 것 같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상벽, 허참, 임백천은 어떤 MC들인가.

△세 사람 모두 성격도, 특이한 부분도 다 다르다. 이상벽은 박식하다. 연예계 일에 대해 족집게처럼 끄집어낸다. 허참은 무슨 상황이 일어난 다음에 설명을 참 잘한다. '가족오락관'이 그러지 않았나. 혼자서도 웃음이 참 많다. 감정이 참 여리다. 임백천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날카로운 면이 있다. 진행도 하고,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고 다양한 분야를 잘한다. 난 편하다. (웃음) 가만히 있으면 다 하고 넘어간다. 흐뭇하다고 할까, 뿌듯하다고 할까. 이런 모임이 잘 없다. 소중한 모임이다.

―4명의 위원회 중 가장 바쁜 위원이라고 들었다. '전국노래자랑'을 비롯해 각종 스케줄과 병행하는 어려움은 없나.

△시간은 잘 지켜야 한다. 우리처럼 연기하는 사람들은 '시간은 금'이라고 한다. 나만의 일이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게 결례가 된다. 사람이 사람 기다리는 것 만큼 지루한 게 없다. 아무리 선후배 사이에도 시간을 지키는 예의는 있어야 한다. '아차'하는 순간에 분위기가 깨질 수 있다.

―많은 방송인들이 '제2의 송해'를 꿈꾼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선 건강해야 한다. 하고자 하는 바를 꼭 이뤄보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으면 활동하면서 힘들지 않다. 즐겁게 생각하고 일을 해야 한다. 상대방과 호흡이 항상 잘 맞는다는 법은 없다. 그걸로 시선과 마음이 가면 스스로 뒤쳐진다. 희극하는 사람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슬픔을 모르는 사람은 기쁨을 모른다고. 이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면 즐거움이 오고, 즐거움을 가지고 일을 하면 건강하다.

▷방송인 송해는 ▲1927년 황해도 출생 ▲국립음악학원 성악과 ▲1955년 창공악극단 가수 데뷔 ▲KBS '고전유머극장' KBS '라디오 가로수' 등 출연 ▲1988년~현재 KBS 전국노래자랑 진행 ▲2003년 보관문화훈장 ▲2014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2015년~2016년 KBS2 '나를 돌아봐' ▲2016년 제28회 한국PD대상 출연자상 TV 진행자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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