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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제작사 NEW는 ‘7번 방의 선물’ ‘변호인’ 등으로 유명한 영화투자배급사다. 드라마팀이 따로 없다. 이들은 TF(태스크포스)팀을 조직해 첫 번째 드라마를 내놓았다. 이것이 상상 이상의 성공을 가져왔다.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했는데 130억에 이르는 제작비는 첫 회에 모두 회수했다. 대표적인 한류드라마라 할 수 있는 ‘겨울연가’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이상의 영향력과 경제적 수익이 예상된다.
장경익 NEW 영화부문 대표이자 ‘태양의 후예’ TF팀장은 ‘태양의 후예’의 성공에 대해 “1년여간 고생하며 준비할 때에는 이렇게 성공할지 몰랐다. 하지만 ‘잘 될 것이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에 투자할 때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드라마 역시 대본의 힘이 중요하다. 김은숙 김원석 작가의 필력을 높게 평가했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TF팀에는 장 대표를 비롯해 김재민 콘텐츠판다 이사, 박준경 NEW 영화사업부 이사, 양지혜 영화 홍보팀장 등 각부의 헤드급 인사 일곱여 명이 포함됐다. 드라마 전문가는 없다. 이들은 스타트업에 임한다는 자세로 영화판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를 드라마로 옮겼다. 장 대표는 “NEW가 처음 창립할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라”고 말했다.
예상수익에 대해서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현재 방송이 진행 중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수익이 발생해 집계가 어렵다. 다만 발생 가능한 경제적 가치는 한류드라마인 ‘별그대’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VOD 서비스는 벌써 사상 최고액을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 장 대표는 “한국과 중국에서 반응이 동시에 오다 보니 수익 정산이 어려울 지경이다”라며 “‘별그대’ 때의 사례를 분석 보완해서 수익을 더 크게 창출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태양의 후예’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 시놉시스가 처음 나왔을 때 예상 제작비는 300억 원으로 지금보다 더 덩치가 컸다. 배우 캐스팅도 난항을 겪었다. 상당히 많은 배우들에게 퇴짜를 맞았다. 표류하며 자칫 제작이 무산될 수 있었는데 다행히 NEW를 만나 추진력을 얻었다.
NEW는 ‘태양의 후예’의 제작비를 130억 원까지 다이어트했다. 또 제작안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KBS 및 중국의 아이치이와 손을 잡았다. 세일즈는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자회사 콘텐츠판다의 네트워크를 이용했다. 하지만 주도권은 놓지 않았고 일정부분 투자도 했다. 지금도 방영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리는 NEW가 가지고 있다. 또 대규모 그리스 로케이션 촬영을 벌인다던가 영화 못잖은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등 ‘블록버스터’로서 규모를 유지했다. 드라마업계에서는 없단 방식이었다. 업계로부터 ‘그렇게 만들면 드라마 망한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장 대표는 “모두가 안될 것이라는 작품이었으나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져 뿌듯하다”라며 “‘태양의 후예’는 한국 시장만으로 승부를 볼 작품이 아니었고 글로벌 전략을 동시에 펼친 것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태양의 후예’의 최고 수혜자는 배우 송중기다. 하지만 기획단계에서 그는 군 복무 중이었고 논의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장경익 대표는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 역으로 송중기가 1순위는 아니었다”라며 “당시 군복무 중이라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우연히 그의 매니저와 이야기를 하다 캐스팅으로 이어진 사례”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뒤늦게나마 ‘태양의 후예’ 대본을 건냈고 송중기가 편견 없이 ‘OK’ 사인을 내리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장 대표는 “송중기는 대단한 자신감과 자존감이 있는 배우”라며 “군 제대 후 복귀작인 만큼 신중했을 터인데 ‘태양의 후예’의 대본 완성도 하나만 믿고 작품을 선택했다. 서로 윈윈이라고 하는데 그는 우리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아마 한류스타로 성장했을 것이다”고 배우로서 그릇을 평가했다.
NEW는 유명 외국 드라마의 리메이크를 비롯해 국내서 영화로 제작된 바 있는 콘텐츠의 드라마화를 추진 중이다. 두 번째 드라마 작품을 통해 ‘태양의 후예’의 성공이 요행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할 생각이다. 장경익 대표는 마지막으로 “한류가 요즘 힘들다고 하는데 K-콘텐츠에 대해 외국 시장은 여전히 호의적이다”라며 “‘태양의 후예’가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된 것에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만든 사람의 한 명으로서 행복하다. 앞으로 계속해서 좋은 콘텐츠를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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