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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 시즌 KLPGA 투어는 시작하기 전부터 흥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5승을 거둔 ‘슈퍼스타’ 김효주(20·롯데)와 투어를 장악했던 장하나(23·비씨카드), 김세영(22·미래에셋), 백규정(20·CJ오쇼핑)이 모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상반기에만 우승컵을 4개나 챙겼고,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면서 골프팬들은 열광했다. 거기에 이정민(23·비씨카드), 고진영(20·넵스)이 3승씩을 쓸어담으면서 새로운 ‘빅3’ 경쟁 체제가 완성됐다.
박성현(22·넵스)과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의 등장도 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투어 2년 차 박성현은 화끈한 장타력을 뽐내며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을 들어 올렸다. 조윤지 역시 신설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 상금 3억원을 주머니에 채웠다.
◇스타 계보 이은 전인지
고진영은 지난 3월 열린 KLPGA 미디어데이에서 “올해 다 해먹겠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상반기에 ‘다 먹은’ 선수는 전인지다. 각종 수상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연말 주인공은 전인지가 될 확률이 높다.
전인지는 지난 4월 삼천리 투게더오픈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3라운드가 비로 취소되면서 ‘운’ 좋게 정상에 올랐지만 한 달 후 열린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으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6월 에쓰오일 챔피언스에서는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고, 지난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한·미·일 메이저대회 제패 대기록을 작성했다. 4개의 우승컵 모두 의미가 컸다.
전인지는 스타 선수 계보를 잇고 있다. 최초의 스타는 신지애(27)다. 2006년 데뷔한 신지애는 그해 상금과 대상, 다승왕까지 모조리 휩쓸었다. 신지애의 등장 이후 KLPGA 투어의 몸집은 확실하게 커졌다. 남자골프를 역전했고, 기업들도 여자골프 마케팅에 금고를 열었다.
2009년 신지애는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서희경(29·하이트진로), 이보미(27), 김하늘(27·하이트진로), 장하나로 이어지면서 KLPGA 투어 흥행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김효주가 주인공이었다. 2013년 만 18세의 나이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김효주는 지난해 상금 12억원을 벌어들이며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그 뒤를 전인지가 따르고 있다.
◇‘명불허전’ 김효주-장하나 우승
올 시즌 LPGA 루키로 뛰고 있는 김효주와 장하나가 국내 무대에 출전, 우승으로 팬들의 기대에 보답했다.
‘JTBC 파운더스 컵’에서도 우승한 적이 있는 김효주는 지난해 12월 현대차 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지난 5일 끝난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팬클럽 전성시대
특정 선수 팬들이 선수를 단체로 따라다니면서 응원하는 모습은 KLPGA 투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지난 26일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는 약 2만 명의 갤러리가 운집했다. 그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를 중심으로 모인 팬클럽이었다.
당시 전인지와 박성현은 챔피언조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 얼마 전 4000명을 넘긴 전인지 팬클럽 ‘플라잉 덤보’는 노란색 모자를 맞춰 쓰고 전인지가 샷을 할 때마다 구호를 외치며 열띤 응원을 벌였다. 박성현 팬클럽 ‘남달라’도 이에 질세라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챔피언 조 바로 앞에 나간 김효주의 팬클럽 ‘슈팅스타’도 만만치 않았다.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효주를 따라다니면서 응원했다.
하지만 관람 문화는 여전히 아쉽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홀 아웃을 하면 바로 다음 홀로 이동하면서 동반자의 경기를 방해하기도 하고, 큰 우산으로 다른 사람의 시야를 가리기도 한다. 때로는 팬클럽끼리 작은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편 KLPGA 투어는 오는 8월 7일 제주도 오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로 하반기 일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