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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은 사뿐하다. 피부도 하얗다. 지적인 느낌을 주는 안경테도 제법 어울린다. ‘허허’ 웃는 웃음은 순진한 느낌을 준다. 올해 서른 둘, 나이도 젊다. “나보다 계급 높은 새끼들 내 앞에서 주름잡다가 다리미로 이마 주름 싹 다 펴줬으니까”라거나, “지금은 그냥 탄 밥을 줘도 감사한 마음으로 쳐드세요. 밥 굶어 뒤지고 싶지 않으시면요”라는 식의 대사를 쓴 그는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했다.
한정훈 작가는 케이블채널 OCN에서 ‘뱀파이어 검사’ 시즌1,2로 시청자와 만났다. 현재 ‘나쁜 녀석들’로 액션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한정훈 작가를 만났다. 장르물을 좋아하는 마니아 시청층 사이에서는 ‘팬덤’까지 구축하고 있는 그다. 팬들을 위한 궁금증을 몇 가지 정리했다.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셨다. 글 쓰는 일과는 멀어 보이는 적성이다. 어떻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됐나.
중, 고등학교 때부터 드라마와 영화 보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하지만 현실에 맞게 진로를 선택했다. 어느 순간 ‘내가 이 일을 평생 하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돈도 들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는데 글 쓰는 일 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방송, 영화 쪽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꿨지만 방학 숙제 외엔 일기도 쓰지 않았을 만큼 글과 거리가 멀었다. 우연히 대학생 시절 한 시나리오 마켓 공모에서 당선이 됐고 한 영화사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그게 시작이었다.
△막상 ‘데뷔’까지는 6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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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니까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나이였다면 아마 그 시간을 계속 버틸 수 있었을까 싶다. ‘뱀파이어 검사’는 당시 OCN에서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작품이었고 마침 아는 분을 통해 소개를 받았다. 바로 일을 하게 됐고 바로 내 작품이 세상에 나왔다.
△3연속 장르물이다. 이쪽 분야에 특화된 작가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류의 작품에 특히 관심이 많은 건가.
△거의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했다. 창작의 고통은 없나. 쉬고 싶은 생각도 들 텐데.
잘 되고 있을 때 계속 해야 한다.(웃음) 창작의 고통이라 말할 건 없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도전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의 중심을 찾는데 집중하게 됐다. 사실 글 쓰는 일은 생애 처음으로 썼던 그 순간만 즐겁다. 시간이 지나고 썼던 작품이 많아질수록 즐거움은 퇴색된다. 계속 열정을 갖고 글을 쓰려면 내가 더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수사물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묻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욕구를 파악하기도 한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일과 일상이 분리가 안 되지 않나. 혹시 ‘나쁜 녀석들’처럼 살벌한 장르의 작품을 쓴 작가라 소개하면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없나.
전혀. 나는 지극히 단순한 남자다. 일 적으로는 대본을 다 쓰지 않으면 잠이 안 올 만큼 신경을 쓰는 스타일이지만 그런 때가 아니면 난 다른 사람이 된다. 생각도 단순하다. 평생 화를 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연애하기 딱 좋은 스타일이다. 그리고 ‘나쁜 녀석들’ 같은 작품만 쓰지 않을 거다. 말하지 않았나. 언젠가 꼭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할 거라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