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주세요"...숱한 화제 뿌리고 간 쿠바 대표팀

  • 등록 2013-02-26 오전 11:06:57

    수정 2013-02-26 오전 11:06:57

지난 2008베이징올림픽 당시 쿠바 대표팀. 사진=뉴시스
[도류(대만)=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쿠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대만 전지훈련을 마치고 25일 1라운드가 열리는 결전의 땅 일본에 들어갔다. 쿠바 대표팀은 이번 전지훈련 기간 숱한 화제를 뿌리고 간 팀이기도 하다.

가장 큰 사건은 NC와의 평가전을 취소한 일이었다. 쿠바는 20일 호주, 21일 NC와의 평가전을 모두 경기가 열리기 바로 직전 취소시켰다. 이유는 더 황당했다. 양 측은 수비 때 각자의 공인구를 쓰자고 합의했지만 쿠바 대표팀이 자기네 공으로 쓸 것을 요구한 것. NC는 투수들의 부상 위험이 있어 이를 거절했고 결국 경기는 무산됐다.

대만 현지에선 중계방송까지 잡혀 있던 상황이라 NC 관계자, 대만야구협회, 여기에 팬들까지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NC는 경기가 취소된 뒤 필딩, 펑고 등 자체 훈련을 계속했다. 하지만 쿠바 대표팀은 그 훈련마저 방해했다. 타구가 날아오는 외야 워닝트랙에서 계속 훈련을 이어간 것이다. 경기가 황당하게 취소된 터라 서로 예민해진 상황. 양측이 치열한 신경전에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는 후문이다.

뿐만아니다. 이들의 사생활도 많은 이야기 거리를 남겼다.

쿠바 대표팀은 대만의 후원으로 우리 대표팀과 자이현의 같은 호텔에 묵고 있다. 이때 쿠바 선수들이 호텔에서 한국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을 만나면 건네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나무상자에 담긴 쿠바산 시가였다. 용돈벌이용이다.

한 선수에 따르면 그 시가는 보통 800달러 정도한다. 그러나 쿠바 선수들을 통해 사면 100달러면 충분해 기념품으로도 살만했다고.

또한 대회시작 전이지만 선수단만 만나면 벌써부터 유니폼, 신발 등을 교환하자고 난리였고 한다. 그들에겐 대표팀을 후원하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명품브랜드급이다. 대전료, 월급으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나이키 운동화 하나를 얻어가는 것이 더 큰 소득이라 말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열악한 편이다.

여기에 빨래도 제대로 못했다. 보통은 단체로 빨래감을 호텔에 맡기기 마련. 그러나 쿠바는 따로 세탁물을 내놓지 않았다. 선수들이 직접 빨았다. 경기 시작 전부터 쿠바 선수들의 유니폼에 흙이 묻어있는, 냄새가 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무료로 제공되는 호텔 아침심사에는 쿠바 선수 전원이 이른 시간부터 북적댔지만 따로 비용을 내야하는 저녁 식사 때는 관계자 몇 명만 자리를 지킬 뿐 식당이 한가했다. 하루 두끼가 고작이었다는 후문이다.

호텔 비품들도 모두 빠짐없이 챙겨 재활용한다. 생활이 어렵다보니 선수들의 망명을 막기 위해 쿠바 관계자들이 호텔 로비를 번갈아 지키고 있는 일도 있었다.

그런 쿠바 선수들도 한국 야구에 대해선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정대현은 쿠바 야구 영웅 라조와 비교될 정도였다.

쿠바 선수들이 한국선수만 보면 언더핸드로 던지는 시늉을 하며 “당신이 그 말로만 듣던 정대현 선수냐”고 물었다. 그만큼 쿠바 선수들에겐 정대현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뜻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대현은 쿠바와 맞붙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서 3-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 위기서 등판, 병살타로 마무리하며 쿠바에 피눈물을 안긴 주인공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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