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VS 김광현, 아름다웠던 3번의 승부

  • 등록 2010-09-19 오후 7:47:13

    수정 2010-09-19 오후 9:15:58

▲ 양준혁이 김광현과 대결서 삼진을 당한 뒤 아쉬운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마치 한국 프로야구의 한 세대를 넘겨주는 대관식 같은 광경이었다.

한국에서 타자가 가질 수 있는 대부분의 기록을 세운 살아있는 전설 양준혁의 은퇴 경기. 공교롭게도 앞으로 한국 야구의 10년을 책임질 대한민국 에이스 김광현(SK)이 상대팀 선발 투수였다.
 
양준혁은 지난 2007년 김광현의 프로 데뷔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바 있다. 그런 김광현이 4년만에 한국 최고를 다투는 투수로 성장해 양준혁의 은퇴경기에 나섰다.

김광현은 경기에 앞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삼진 3개를 잡겠다는 마음으로 던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준혁 역시 "광현이가 최선을 다해준다는 것이 고맙다"고 화답했다.

결과는 실제로 3연타석 삼진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누구의 승리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승부였다.

김광현은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지는 것이 모두에게 느껴질 정도였다. 양준혁도 부족한 실전 감각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있는 힘을 다해 부딪혔다.

첫 타석. 양준혁은 2사 후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는 힘있는 직구 스트라이크. 2구째 슬라이더에 양준혁이 힘껏 스윙을 해봤지만 파울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3구째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두번째 타석은 5구까지 가는 승부였다. 김광현은 이 대결에서 그때까지 모든 타자들과 승부 중 가장 빠른 151km짜리 직구를 던졌다. 결국 양준혁은 바깥쪽 공에 크게 헛손을 돌리며 삼진을 당했다.

마지막 승부가 가장 빛났다.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양준혁은 초구부터 스윙을 하며 거세게 맞섰다. 하지만 몸쪽 높은 슬라이더에 파울이 되며 힘든 승부가 됐다. 그리고 마지막 4구째. 김광현은 온 힘을 다해 공을 뿌렸다. 바깥쪽 직구.

스피드건에는 151km가 찍혔다. 김광현의 가장 빠른 공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신의 1구'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하나의 공이었다. 또 한번의 최고 구속이었다. 양준혁이 뒤늦게 방망이를 돌려봤지만 공은 방망이를 외면한채 이미 포수 미트로 빨려들어갔다.

양준혁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들의 승부는 '최고'와 '최선' 등 아름다운 찬사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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