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빈의 두 얼굴...'여성스런 '사용'과 카리스마 '정조' 사이'(인터뷰①)

  • 등록 2008-12-04 오후 12:25:36

    수정 2008-12-08 오전 10:29:12

▲ 배수빈(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누군가 그랬다. 정조를 얼마나 잘 하겠느냐고"
 
배수빈(32)은 왕이다. SBS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조선후기 성군, 정조 역을 맡아 극중 김홍도(박신양 분)와 신윤복(문근영 분)을 후원하고 있다.

그간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정조 역을 맡은 배우는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부드러움 속에 카리스마를 감춘, 그의 정조 연기를 다른 '정조'와 비교하는 이는 드물다. 그만큼 배수빈이 자신이 맡은 정조를 개성있는 스타일로 재창조해냈다는 뜻이다.  

배수빈이 정조에 캐스팅 됐다고 했을 때 시청자들은 반신반의 했다. 바로 전작인 MBC 드라마 '주몽'에서 책사 사용으로 분해 중성적인 매력을 뽐내서다. 대다수 시청자들은 '주몽' 방영 당시 배수빈이 실제로도 여성스러운 인물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배수빈은 현재 민방위다. 조선시대로 표현하자면 남성들의 통과의례인 군역을 이미 10여년 전에 마쳤다. 정작 본인은 밝히기 민망하다며 웃었다. "아이돌 스타로 탈바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비군도 아닌 민방위란 사실이 밝혀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976년생인 배수빈은 서울 중랑구에서 토박이로 자랐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특별히 연기자가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대학에서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친구들과 어울렸고 대학교 2학년 재학 도중 여느 친구처럼 군에 입대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군생활을 했다. 행정병과 사진병을 동시에 맡았다. 배수빈은 "당시 아래아한글로 지도를 그린 기억이 있다"며 "중대의 휴가 서류 담당을 맡고 있어서 나름 어깨에 힘도 줬다"고 군생활을 회상했다.

군에서 제대한 이후 배수빈은 진로를 다시 생각했다. '연기자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스스로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내밀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해서다. 부모님은 막내아들의 진로변경을 오히려 기꺼워했다. 배수빈은 그렇게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때가 1999년에서 2000년 사이였다.

배수빈은 늦깎이다. 이십대 초반 그는 평범한 대학생이었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군인이었다.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서야 연기자가 되겠다고 뛰어들었다. 연예계에 딱히 아는 사람도 없고,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다닌 것도 아니었다.
▲ 배수빈(사진=김정욱 기자)


배수빈은 CF 모델 활동 초기 당시 국내 굴지의 휴대전화 회사 모델로 발탁되는 행운을 거머쥐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촬영현장에서 메인모델 역할을 다른 남자 연예인에게 내줘야만 했다. 배수빈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대신 메인 모델로 나선 남자 연예인의 뒤를 기웃거렸다. 조금이나마 카메라에 얼굴이 비출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복도에 나와 울었다. 연기자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오기가 그때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2001년 영화에서 단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양가위 감독의 추천으로 중국 베이징 영화학교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그 와중에 CCTV에서 방영된 '기억의 증명'이란 30부작 드라마에도 출연하게 됐다. 배수빈은 중국어를 독학하며 홀로 베이징에서의 생활을 이겨갔다.

배수빈은 "젊은 시절에 돈 내고 할 수 없는 경험이란 생각에서 갔다"며 "한국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것도 중요했겠지만 외국에서 쌓을 수 있는 남다른 경험에 끌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년 간 드라마 촬영과 공부를 위해 중국에서 머물렀던 배수빈은 2004년 MBC 베스트극장 '소림사에는 형님이 산다'의 주인공으로 국내 안방극장에 데뷔했다. 70여분 드라마를 위해 삭발을 했다. ‘소림사에는 형님이 산다’를 연출한 이재규PD와는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호형호제 하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

이후 2004년 SBS '남자가 사랑할 때'를 시작으로 KBS 2TV '해신', MBC 주말드라마 '결혼합시다' 그리고 2006년 MBC 월화드라마 '주몽'에 출연했다.
 
‘주몽’은 배수빈의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작품이다. 시청률 40%를 넘었던 '주몽'에서 배수빈은 환관이 아니면서도 중성적인 매력을 뽐내는 사용으로 분했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며 자신의 이름을 비로소 널리 알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바람의 화원’에서 정조 역을 통해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전하고 있다.

배수빈은 ‘바람의 화원’에서 정조 역을 맡았을 때 “배수빈이라는 배우가 정조를 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라는 무언의 소리가 들렸다”며 “그렇지만 자신은 있었다. 도전해보고 싶었고 나만의 정조를 만들어보자고 스스로 용기를 북돋웠다”고 당시의 마음가짐을 털어놨다.

이제 마지막 회를 남긴 ‘바람의 화원’에서 배수빈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후하다. 제작진 역시 배수빈의 정조 연기를 보며 전작의 이미지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며 적절한 캐스팅이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배수빈은 이같은 칭찬에 동요하지 않는 눈치다. 배수빈은 지난 10여년 간 또래의 남자 톱스타들과 분명 다른 길을 걸었다. '스타'라는 후광에 취해본 적이 없기에 초조해할 필요가 없고, 정상에 선 기억이 없기 때문에 인기가 떨어질까 조바심을 낼 이유도 그에겐 없다. 배수빈은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고 어찌보면 성장이 더디다는 것도 안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과거 일이 없어 슬럼프에 빠져 살 때, '언젠가 때가 오지 않을까?' '때가 왔을 때 기회를 잡지 못하면 어쩌지?' 하고 마음만 졸인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준비 없는 조바심이 무의미하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마음 먹었어요. 준비를 하자. 결국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고,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된 자세로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 전 그래요. 스타가 되고 인기를 얻는 것보다 내 자신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목표를 향해 가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진=김정욱기자)
▲ 배수빈(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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