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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춘연 대표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는 끝내 숨을 거뒀다. 향년 70세.
그의 빈소는 지난 12일 오후부터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다. 영화인들로 구성된 장례위원회와 고인의 유족들은 코로나19 상황을 의식해 직접적 조문은 삼가달라고 당부했지만, 13일 오전 현재까지 그를 추모하러 빈소에 온 영화인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빈소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아 유족들과 함께 조문객들을 받고 있다. 12일 하루 동안 빈소에는 고인의 유작으로 남은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 학교’의 주연 김서형을 비롯해 이병헌, 전도연, 한예리, 김의성 등 배우들과 박찬욱, 강우석, 이준익, 이창동, 류승완 등 영화감독, 이준동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전양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도수 쇼박스 대표 등 각계 각층의 영화인들이 방문해 고인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배우 박중훈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존경하고 따르고 닮고 싶은 영화계 형님이 어제 급작스레 심장의 이상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아주 건강히 지내셨던 분이다. 무수한 좋은 영화를 만드셨던 이춘연 선배님, 형님! 제가 영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저를 늘 아껴 주시고 웃겨 주시고 따뜻하게 격려해 주신 형님!”이라고 글을 올리며 그리움을 표했다.
그는 이어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어깨 두드려 주시고 진심으로 제게 사랑을 듬뿍 주신 형님! 영화계 선후배들이 다 좋아하는 우리들의 큰형! 70세 밖에 안 된 이 형님의 소식을 듣곤 너무 충격을 받았다. 얼마 뒤 만나기로 약속까지 했었는데... 가슴이 아프지만 가시는 길에 감사의 말씀을 남긴다. 이런 글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부디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바랄 뿐”이라고도 덧붙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여고괴담 4-목소리’의 주연으로 고인과 연을 맺었던 배우 김옥빈 역시 자신의 SNS에 “늘 유쾌하고 한없이 따뜻하셨던 아버지 이춘연 대표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로 애도를 표했다.
앞서 전라남도 신안에서 출생한 고인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학과 졸업 후 1970년대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가 1983년부터 영화계에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1984년 ‘과부춤’을 시작으로 ‘접시꽃 당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영웅연가’, ‘더 테러 라이브’ 등을 기획 제작했다. 씨네2000의 대표이자 영화인회의 이사장이기도 한 고인은 특히 ‘여고괴담’ 시리즈를 만든 제작자로 유명하다. ‘여고괴담’ 시리즈를 제작해 한국 공포 영화의 새 지형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신인 배우, 감독들을 발굴해내는 등용문으로도 여겨졌다.
한편 이춘연 대표의 발인 및 영결식은 15일 오전 10시다.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