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강동원 송혜교를 위한 '부모님 전상서'

  • 등록 2014-08-26 오전 9:49:31

    수정 2014-08-26 오전 9:49:31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눈물이 쏟아진다. 소리내 울고 싶을 정도로 펑펑 눈물이 난다. ‘왜 그리 울었나’ 생각해보면 ‘슬퍼서’라고 대답하고 싶지는 않다. 마치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답답함, 지난 날의 잘못에 대한 후회, 난 왜이리 못나게 굴었을까 싶은 한심함이다.

그래서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단순히 눈물을 짜내는 신파가 아니다. 나를 반추할 수 있는 거울이자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계기, 나를 발전하게 만드는 용기에 가까운 영화다.

배우 강동원과 송혜교는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에서 표현했다. 열 일곱에 아이를 낳고, 서른 셋이 됐을 때, 여든의 신체 나이를 사는 열 여섯의 아들을 잃어야하는 부모가 됐다.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두근두근 내 인생’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들 한아름(정성목 분)의 따뜻한 마음, 그를 바라보는 엄마 미라(송혜교 분) 아빠 대수(강동원 분)의 진심에 집중한다.

강동원, 송혜교.
아이가 태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랐던 것은 한 순간일뿐 미라는 아름이를 위해 걸그룹의 꿈도 포기하고 어린 엄마의 길을 행복하게 걸었다. 걸그룹만 보면 정신을 못차리는 대수지만 아름이와 미라의 앞날을 위해 몸 사르지 않고 일해야하는 가장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졌다.

대사 한마디, 소재 하나까지 영화 있는 그대로를 거의 옮겨놓았지만 이미 소설을 읽어 내용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도 스크린은 색다른 감동을 안긴다. 소설에서는 “…”으로 표현된 대수와 미라의 눈물을 볼 수 있다. 더불어 행간에 숨은 뜻을 배우들의 표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묘미다.

무엇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대수와 미라, 아름이의 뜨거운 사랑과 희생을 넘어 대수와 미라의 또 다른 ‘부모님 전상서’가 되기도 한다. 소설과 영화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하나는 ‘열일곱은 부모가 되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이고, 또 하나는 ‘서른 넷은 자식을 잃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다. 강동원과 송혜교의 연기로 만들어진 대수와 미라는 여기에 한가지 질문을 더 던진다. ‘서른 넷은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되기에 늦은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두근두근 내 인생’
영화에서 대수는 미라의 임신 사실과 결혼 계획을 아버지(김갑수 분)에게 말한 뒤 집을 나온다. 아버지의 심한 호통 때문이었다. 그 후로 서른 셋, 넷이 될때까지 아버지를 찾지 않았다. 미라의 가족에 대해서도 큰 이야기 구조는 없다. 힘든 일상 속에 가정을 꾸려나가기 바빴던 대수와 미라에게 이들의 부모는 순간순간 잊혀졌을 존재다. 서른 셋, 넷의 나이는 분명 다 큰 어른이 된지 오래인 때지만 그럼에도 부모에게 번듯한 자식이 되기에 한참 먼 숫자다.

부모가 늘 하는 말이 ‘너 같은 애 낳아서 키워봐라’는 으름장이다. 부모가 됐을 때 비로소 내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는 이치인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식 키우며 느끼는 온갖 감정을 품을 때마다 이들의 부모 생각에 짠함을 느끼곤 한다. 영화 속에서 아버지를 찾아간 대수가 그 앞에서 쏟아낸 눈물은 불효에 대한 후회이자 반성이었다. 17년 동안 나 살기 바빠 아버지의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 아들의 자책이었다.

영화는 열여섯 난 아들을 키우는 서른 넷 자식이 그들의 부모에게 하고 싶었던 말, 앞으로는 잘 하겠다는 다짐도 전한다. ‘늙은 아들’의 짧지만 굵은 인생이 안기는 여운이 표면의 감동이라면, ‘젊은 부모’의 삶에서 느끼는 애잔한 공감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에 밀려올 내면의 메시지다. 9월 3일 개봉된다.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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