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불패의 병법](17)완벽한 승리만이 팀을 지킨다

  • 등록 2011-02-24 오전 9:22:21

    수정 2011-02-24 오전 9:22:21

▲ SK 주장 김재현이 2009 한국시리즈 7차전서 패한 뒤 애써 눈물을 삼키며 트로피를 받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보통 사람들이 통상 말하는(기대하는) 승리는 최선이 아니다. 격전을 치러 승리를 얻고 뭇사람들이 이를 잘 싸웠다라고 말하는 종류의 승리는 실은 최상의 승리가 아니다. 전쟁을 잘하는 사람이 승리를 취함에 있어서는 교묘한 점도 없어 보이고, 대단한 용맹으로 얻어진 전공도 없어 보인다. 다만 싸워 승리하는데 어긋남이 없다. 어긋남이 없다는 것은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미리 조치한다는 것이다. (승리가 화려하지 않은 것은)이미 패할 만한 적에 대해서 승리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잘하는 사람은 먼저 패하지 않을 조치를 취하고 나서 적의 패할만한 점을 놓치지 않는다.

손자가 자신의 병법서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준비, 그리고 완벽한 승리다. 전쟁을 하기 전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고, 그 준비가 끝났을 땐 이미 전쟁은 승.패를 떠난 단계에 이르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싸우기 전 승리를 예약해 둬야 한다는 뜻이다.

완벽한 승리를 강조한 것은 전쟁이 남기는 상처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장에서 말했던 것 처럼 군주가 전쟁을 하는 목표는 수하 장수와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서다.

한번의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준비 부족으로)치열한 격전을 치뤄 거둔 것이라면 기쁨 이상의 상처가 남는다. 많은 병사와 자원을 소모하고 거둔 1승은 이후 더 큰 패배의 이유가 된다.

때문에 군주는 전쟁을 함에 있어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 하고, 전쟁을 하게 된다면 치밀한 준비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승리를 거둘 수 있었야 한다. 지켜보는 입장에선 흥미가 반감 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수하를 위해서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SK는 지난 2009년 두산과 플레이오프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다. 1,2차전을 내줬지만 이후 3경기를 내리 승리하며 기적같은 역전에 성공한다.

모두들 명승부였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SK가 얻은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르는 동안 얻게 된 상처는 결국 KIA와 한국시리즈서 3승4패로 무릎을 꿇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

비슷한 사례는 2010년에도 반복된다. 삼성은 플레이오프서 두산과 5차전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마지막 순간, 끝내기로 경기를 마쳐야 했을 만큼 숨 막히는 혈전이었다.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단한 승부였다.

하지만 삼성에게 남은 건 거듭된 승부로 쌓인 피로와 허탈감 뿐이었다. 한국시리즈서 맥없이 4연패로 무너지는 이유가 됐다.

한국프로야구 제도 하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은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하며 결전을 준비할 수 있다. 또 상대에 따라 다른 전략의 구상도 가능하다.

페넌트레이스는 장기 레이스다. 가끔은 쉬어가고 가끔은 여유를 보여도 좋을 만큼 길고 긴 승부다.

하지만 여유있는 운영은 우승의 가장 큰 적이기도 하다. '잡을 경기는 잡고 놓을 경기는 놓는다'는 말은 언뜻 그럴듯 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놓쳤던 한,두 경기가 시즌 막판, 팀의 운명을 바꿔놓는 경우가 많다.

잡을 수도 있었던 승리를 흘려보내면 당장은 편하다. 하지만 이후 그 1승이 간절하게 필요해질 수 있다. 1위와 2위의 차이는 커 보인다. 하지만 맞대결 포함 3,4승만 바뀌어도 순위는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 밖에서 보기엔 매몰차 보이더라도 눈 앞의 1승에 더 치열하게 도전했을 때 그 기운이 쌓여 정규시즌 우승이 되는 것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2009년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몰래 병원에 입원했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KIA에 졌기 때문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질책의 병이었다. 김 감독은 "왜 거기서 선수를 그렇게 쓰고 투수 교체는 그렇게 했을까 화가 났다. 왜가 없는 사람은 발전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 감독은 병원에서 한 20대 청년을 만났다. 야구팬이라고 자신을 소개 한 이 청년은 김 감독에게 충고(?)를 건넨다.

"감독님 야구가 오히려 약해진 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세상의 시선과 타협하고 스스로 고삐를 늦춘 것은 아닐까요. 물론 부상 선수도 많았지만 결국 이전의 김성근 야구가 보여줬던 절실함과 철저함이 부족해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김 감독은 "순간, 아차 싶었다. 결국 문제는 내게 있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파도가 크게 치면 피해도 생기지만 그 과정 속에서 거대한 바다는 정화되는 것이다. 그래야 바다의 생명체가 살 수 있고 그 생명체 덕에 인간이 또 먹고 산다. 밖에서 뭐라 하건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 즈음엔 나 마저도 흔들렸던 것은 아닌가, 그래서 우리 선수들의 패배의 아픔을 겪게 된 것은 아닌가 고민하고 반성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완벽한 승리 2편은 다음 회에)

*덧붙이기 : 여담이지만... 김 감독은 당시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SK 선수들에게도 들려줬다. SK 한 선수는 "그 얘기를 들은 일부 선수들이 "그 청년에게 찾아가 항의라도 한번 하자"고 말해 다들 한번 웃었다"는 후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 트랙터 진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