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균 일구회 회장에게 주어진 2가지 숙제

  • 등록 2016-01-30 오전 8:11:11

    수정 2016-01-30 오전 8:11:11

윤동균 신임 일구회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윤동균 일구회 산하 은퇴선수협회장이 29일 한국 프로야구 OB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 3대 회장에 선출됐다.

윤 신임 회장은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선수를 대표해서 선서를 하는 등 한국 프로야구가 자리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한 대표적인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며 특히 선수 출신으로는 1호 감독이다. 윤 신임 회장은 “야구인의 화합”을 강조하며, 그것을 통해 “더욱더 사랑받는 야구인이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단체장이건 취임사를 그대로만 지키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윤 신임 회장이 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윤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야구인의 화합’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 은퇴 선수들의 모임은 한국은퇴선수협의회(한은회)와 일구회 산하 은퇴선수 협의회(은선협)으로 나뉘어져 있다.

양 조직은 초기 반목의 시기를 거쳐 현재 휴지기에 접어든 상태다. 야구계가 분열돼선 안된다는 공동 의식 아래 대립을 피하고 협력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해 초 라이스버킷 챌린지(2014년 전세계로 확산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전국 쪽방촌 거주민 돕기 캠페인. 소외된 이웃의 삶의 무게를 직접 느껴보자는 뜻을 담아 참가자는 쌀 30kg 이상을 들거나 쌀 30kg을 기부)가 좋은 예다.

당시 이용철 한은회 사무 총장은 라이스버킷 챌린지 대상으로 이순철 한은회 회장과 윤동균 은선협 회장을 지목했고 양 대 기구 회장은 나란히 쌀을 들어 올리며 화합의 뜻을 더했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큰 틀의 통합을 위한 기초 작업 다지기를 시작으로 은퇴 선수들이 보다 다양하고 폭 넓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머리를 모아야 한다. 당장 하나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교류 협력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 그 중요한 임무가 윤동균 회장에게 주어졌다.

또 하나. 일구회라는 이름에 걸맞는 굵직한 행보가 필요하다. 일구회는 원래 전임 감독을 비롯, 한국 프로야구에 공헌한 바 큰 원로 모임으로 출발했다. 윤동균 회장 취임으로 무게중심이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이동할 수는 있으나 일구회라는 명칭이 갖는 무게감까지 가벼워져서는 안된다.

일구회는 그동안 10구단 창단, 창원 신구장 건설 등 굵직한 야구계 사안에 바른 목소리를 내 왔다. 야구 원로들의 충심은 야구계의 바른 여론을 만드는데 큰 힘이 됐다.

윤 회장 역시 선배들이 닦아 놓은 이 길을 충직하게 걸어가야 한다. 가뜩이나 야구 선수들의 잇단 일탈로 야구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한 요즘이다. 야구계의 어른으로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 그것이 윤 회장을 비롯한 선배들에게 주어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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