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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년과 똑같이 새로운 시즌을 맞은 가능성에는 조금 다른 흐름이 느껴진다. 감독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변화다.
이대호의 또 다른 별명은 ‘조선의 4번타자’다. 친정팀 롯데 시절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이대호는 4번타자였다. 팀의 중심을 잡아 줄 거포, 이대호에게 그 보다 더 어울리는 자리는 없다.
그러나 최근 팀 연습 경기서 소프트뱅크 4번타자는 떠오르는 신성 야나기타의 몫이었다. 이 타순이 시즌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일시적 선택일 수 있다. 쿠도 신임 감독은 다만 “여러가지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시즌에서도 다른 4번타자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전임 아키야마 감독은 타순에 좀처럼 손을 대지 않았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해 5명의 3할 타자를 배출한 팀. 굳이 팀의 큰 틀을 흔들려고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타순 시도를 할 가능성 또한 높다. 이대호가 늘 그저 같은 자리에서 야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프트뱅크의 지난 홍백전 타순의 핵심은 좌-우 배치였다. 2번에 나카무라, 4번에 야나기타를 기용, 좌-우-좌-우, 지그재그 타순을 짰다. 상대에게 좀 더 부담을 주겠다는 의도다. 쉽게 투수 교체를 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계산. 어떤 선수가 더 나은지 보다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겠다는 의중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흐름이라면 이대호는 4번이 아닌 5번 타자로 나서는 경기가 적지 않을 수 있다.
자존심이라는 부분에선 다소 생채기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결코 손해가 되는 일은 아니다. 개인적 성적을 내는데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는 배치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이대호 앞엔 주로 우치가와가 나섰는데 주력이 아주 빼어난 수준은 아니었던데다 엉덩이 부상 이후로는 주루에 더 문제가 많았다. 이대호와 연속안타를 쳐도 1,2루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지난해 이대호가 득점권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펜스가 당겨지고 우승에 대한 부담을 덜게되는 등, 지난해 보다 한결 부담없는 타격이 가능하다. 원래부터 찬스에 약한 선수가 아니었던 만큼 보다 많은 기회는 보다 많은 활약을 만들어줄 수 있을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대호는 늘 개인 성적 보다 팀 성적을 앞세워왔다. 팀과 이대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다. 4번이라는 타이틀에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가질 필요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