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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드라마의 최대 격전지였던 수목 안방극장. 그 중에서도 10월, 지금만큼 살벌한 싸움이 예고된 적은 없었을 터. KBS2 수목 미니시리즈 ‘비밀’이 한 발짝 앞선 가운데 MBC ‘메디컬 탑팀’과 SBS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 9일 수목 안방극장 시청률 경쟁에 합류한다. 멜로와 의학드라마, 로맨틱 코미디로 각기 다른 장르를 앞세운 세 작품은 저마다의 강점이 뚜렷하다. 배우, 제작진, 콘텐츠 등 어떤 부분에서도 뒤쳐지는 면이 없다. 그래서 더 어렵다. 채널선택권을 쥔 시청자들도, 이들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관계자들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는 분위기다. 세 가지 공통분모를 가진 ‘비밀’과 ‘메디컬탑팀’, ‘상속자들’의 앞날을 내다봤다.
◇때마침 휴일, 기회 or 위기
세 작품이 맡붖는 9일은 때마침 휴일이다. 휴일은 TV세상에서 ‘복불복’ 같은 존재다. 휴일이라 나들이 가는 이들이 많고, 휴일이라 집에서 쉬는 이들도 많다. ‘비밀’과 ‘상속자들’, ‘메디컬탑팀’이 어느 때보다 많은 시청자 표본을 안고 시작하거나 어느 때보다 작은 파이 속에서 경쟁해야 하는 알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송관계자들은 이를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휴일이 수요일이고 학생, 직장인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유를 갖고 휴가를 즐길 타이밍은 아니라는 것. 궂은 날씨도 한몫해 집에서 TV를 지켜볼 이들이 많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밀’의 한 관계자는 “‘상속자들’과 ‘메디컬탑팀’ 모두 방송 전부터 시청자들이 기다리는 작품이 아니냐”며 “때마침 휴일이라 시청자들이 TV 앞에 보일 여유가 더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비밀’ 입장에서도 서로 좋은 기회가 될 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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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상속자들’, ‘메디컬탑팀’은 주연 배우로 하여금 연기의 터닝포인트를 제시하는 작품이라는 데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비밀’의 황정음, ‘상속자들’의 이민호, ‘메디컬탑팀’의 권상우가 대표적이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이후 유쾌 발랄한 이미지가 강했던 황정음. ‘비밀’로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격정멜로라는 장르로 ‘눈물의 여왕’이란 타이틀을 얻는가 하면 빤한 줄거리와 콘셉트 속에서도 홀로 빤하지 않은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는 호평도 듣고 있다. 엄마, 미혼모, 순애보적인 여인, 복수의 화신 등 ‘비밀’에서 보여주고 있는 어떤 캐릭터도 지금까지의 황정음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이민호와 권상우는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않은 상황. 이민호는 드라마 속 ‘상남자 고딩 재벌 캐릭터’라는 공통점 때문에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끊임없는 비교를 당하고 있다. ‘상속자들’의 김은숙 작가가 “‘꽃보다 남자’와 비슷할 거라면 이민호를 캐스팅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힘을 실었기에 이민호가 이번 작품으로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도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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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의 자존심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비밀’의 이응복 PD와 ‘상속자들’의 김은숙 작가, ‘메디컬탑팀’의 김도훈 PD가 ‘선수’들이다.
이응복 PD는 그 동안 KBS2 드라마 ‘드림하이’와 ‘학교’ 시리즈로 하이틴 로맨스의 대가로 불렸다. 그가 격정 멜로를 연출한다는 건 스스로에겐 도전, 시청자들에겐 신선한 볼거리였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과 방송 중 실시간 SNS 등을 통한 애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이응복 PD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뻔한 이야기지만 그만의 화면과 편집 기술이 돋보인다”는 이들도 많고, “그만의 통통 튀는 발랄함이나 유쾌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는 사람들도 있다.
김은숙 작가는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등 지금까지 자신의 실력을 작품으로 보여주는데 실패한 적이 없는 ‘대가’다. ‘신사의 품격’으로 꽃중년의 로맨스를 그린 김은숙 작가가 ‘상속자들’로 보여줄 하이틴 로맨스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하이틴 중에서도 ‘대한민국 상위 1%’의 이야기니 그만큼 신선한 포인트가 많이 녹아있을 거라는 게 김은숙 작가의 자신감이다.
‘메디컬탑팀’의 김도훈 PD는 MBC ‘해를 품은 달’을 연출한 감독이다. 전국시청률 40%를 넘긴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수장이다. 김도훈 PD는 “후속작으론 의학드라마를 하고 싶다”던 열망을 ‘메디컬 탑팀’으로 실현하게 됐다. 그가 내세운 강점은 ‘어른들의 이야기’,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더욱 치열하고 현실적일 거라는 게 ‘메디컬탑팀’의 주요 포인트. 각 분야별 내로라하는 의사들이 모여 하나의 팀을 이뤘다는 설정이 신선하다는 평가. ‘해를 품은 달’로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그림을 만들었던 김도훈 PD가 이번엔 화면 커트 수를 늘리고 편집에 속도를 높인다.
MBC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작품이라는 게 마지막에 평가를 받을 때 시청률이 기대에 못미치면 ‘아쉬운 웰메이드 작품’이란 반쪽 평가를 받곤 한다”며 “워낙 쟁쟁한 제작진이 맞붙기 때문에 ‘잘 만들었다’는 평가에만 만족하기엔 모두 그릇이 큰 작품들이라 흥미진진한 경쟁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