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 사진=Gettyimges/멀티비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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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지난 2월 사이판에 차려진 롯데와 LG의 미니스프링캠프. 이대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 전 손아섭, 전준우 등 롯데 후배들과 함께 마무리 훈련에 한창이었다. 모든 훈련이 끝나고 마지막 라운딩까지 마친 이대호는 다시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스트레칭을 하기 위해서였다. 정창용 오릭스 담당 트레이너가 이대호의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온몸의 근육들을 다시 풀어준다.
그러면서 이대호는 후배들에게 말한다. “경기 후에 스트레칭 꼭 해줘. 일본에서 뛰면서 배운 거야. 훨씬 몸이 좋아진다.”
지난 2월 대만에서 열린 WBC 선수단 전지훈련에서도 그는 훈련 후 쉬지 않았다. 스트레칭은 꼬박꼬박 빼놓지 않았다. 선수들이 모두 자리를 떠난 뒤에도 혼자 남아 마지막 스트레칭까지 마친 후 경기장을 떠났다. 이대호는 경기 후에도 쉬는 법이 없었다.
일본에서 뛰며 배운 점 중 하나라고 했다. 고된 운동이 끝나면 잠시의 스트레칭도 귀찮을 법 하지만 그는 한 번도 거르지 않는다. 5분이라도, 아니 단 1분이라도 스트레칭으로 마무리지어야 개운하다는 설명이다.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 제일 크다.
“운동을 하면 계속 몸, 근육이 수축되니까 근육을 더 늘려준다는 의미에서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개운한 맛이 있다. 물론 당연히 귀찮은 일이지만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늘 하고 있다. 땀을 많이 낸 후라 경기 전보다는 유연성에도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 지난 2월 대만 WBC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훈련 후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이대호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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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내 프로야구에서 경기 후 스트레칭까지 꼬박꼬박하는 선수는 드물다. 부상선수의 경우에나 트레이너에게 치료를 받거나 아이싱을 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운동 전 하는 스트레칭만큼 운동 후 스트레칭도 부상 예방에 큰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게 트레이너들의 설명이다.
A팀의 한 트레이너는 “경기 전에 하는 스트레칭이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한 스트레칭이라면 경기 후 스트레칭은 힐링, 회복의 성격이 짙다. 경기 후엔 모든 근 섬유들이 다 꼬여 있기 마련이다. 통증은 느끼지 않더라도 근섬유가 안에서 끊어지고 젖산(피로물질)이 쌓이게 된다. 그게 또 쌓이다 보면 운동 후 근육들의 회복도 느려진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 후 스트레칭은 그런 부하, 자극들을 줄여줘 문제(부상)을 막는 선조치라 보면 된다. 근육을 늘려주며 꼬인 근섬유들을 풀어주고 스트레칭을 통해서 아픈 곳이 없나 확인할 수도 있다. 유연성을 기르는 것은 부상을 줄이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이대호의 준비와 꾸준한 자기관리 덕분일까. 이대호는 지난 해 큰 부상없이 시즌을 치러냈다. 이번 겨울에도 아픈 부위 없이 모든 훈련을 마무리지었다. 올해 역시 시범경기일 뿐이지만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타율 4할5푼(20타수 9안타)을 기록,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경기 후에도 쉬지 않는 이대호의 작은 노력이 올해는 또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