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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오늘로 30주년이 됐다. 지난 1980년 전라남도 및 광주 시민이 신군부의 계엄령 철폐와 전두환 당시 보안사 사령관의 퇴진을 요구하며 벌였던 5.18민주화운동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데일리SPN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아 그동안 '광주'를 다룬 영화들을 짚어봤다.
신군부독재가 이어지던 1980년대 5.18은 영화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금기 단어였다. 그러나 지난 1992년 문민정부의 탄생과 함께 5.18의 명예가 회복되고 광주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제작되기 시작한다.
◇ 1996년 장선우 감독 '꽃잎'
영화계에서는 5.18을 상업영화 테두리 안에서 처음 다룬 작품으로 1996년 4월 개봉한 장선우 감독의 '꽃잎'을 꼽는다.
최윤의 소설 '저기 소리 없이 한 잎 꽃잎이 지고'를 원작으로 한 '꽃잎'은 어린 소녀를 통해 5.18 피해자들의 상처를 되돌아본 작품이었다. 문성근 외에 당시 신인이었던 설경구, 추상미 등이 출연했다.
특히 이 영화로 열다섯의 나이로 데뷔한 이정현은 5.18 당시 계엄군에게 쫓기다 총에 맞아 숨진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주인공 소녀로 분했다. 이정현은 기차 창에 머리를 부딪치며 자해하는 장면에서 실제로 유리창을 깰 정도로 광기가 어린 연기를 통해 주목을 받았다.
◇ 2000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꽃잎’ 이후 다시 영화계가 5.18을 소재로 관객들에게 선보인 작품은 2000년 1월1일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다. 설경구의 ’나 돌아갈래‘라는 명장면으로 시작한 ’박하사탕‘은 순수했던 주인공 김영호(설경구 분)가 군시절 광주에 계엄군으로 투입되어 민간인을 죽인 뒤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창동 감독은 1997년 영화 ‘초록물고기’로 데뷔 한 이후 2년여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박하사탕’을 완성했다. ‘박하사탕’은 영화계 전문가들로부터 2000년 한국영화가 거둔 가장 큰 수확 중 한 편으로 평가받았다. 작품성과 함께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등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 2007년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와 김현식 감독의 '스카우트'
‘박하사탕’ 다음으로 5.18을 다룬 영화는 2007년 7월 개봉한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다. ‘화려한 휴가’는 5.18 당시 광주를 점령한 계엄군들의 작전명으로 1980년 5월의 광주의 참상을 정면에서 응시한 작품이다. ‘꽃잎’과 ‘박하사탕’이 5.18로 상처를 입은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영화였다면 ‘화려한 휴가’는 5.18 당시 광주 시내와 도청 앞에서 계엄군과 맞서 싸웠던 광주시민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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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화려한 휴가’는 730만 관객을 모아 2007년 한국 극장가 흥행 톱3에 오르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다.
‘화려한 휴가’ 외에 같은해 11월 개봉한 김현식 감독의 ‘스카우트’ 또한 5.18을 소재로 한 영화로 꼽힌다. 스카우트는 1980년 5월, 광주가 낳은 국보급 투수 선동열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실제 있었던 대학 스카우트들의 비사를 표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스카우트’의 속살은 5.18로 비롯된 주인공들의 어긋남으로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 선동열을 스카우트하려고 광주에 내려갔던 호창(임창정 분)은 그곳에서 반독재운동을 하는 대학후배 세영(엄지원 분)을 만났고 결국 5.18의 복판에 들어서게 된다.
비록 흥행에서는 실패했지만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5.18을 녹여낸 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카우트’로 김현식 감독은 2008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시나리오상을, 임창정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들 네 편의 영화 외에 1988년 장산곶매의 ‘오 꿈의 나라’와 1993년 제작된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가 상업영화에 앞서 5.18을 다룬 독립영화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