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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야구계에는 'A급 3년설'이라는 것이 있다. 투수와 타자의 수준을 결정하는 수치는 투수 10승,타자 3할이 여전히 대세다.
그러나 한시즌 반짝 이 기준을 통과했다고 해서 단박에 A급 판정을 해서는 안되나는 것이 'A급 3년설'의 논리다. 적어도 3년은 꾸준히 비슷한 성적을 냈을 때 비로서 진정한 A급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KIA 김상현(31)은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타율 3할1푼5리 36홈런 127타점을 기록하며 MVP를 차지했다.
입단 9년만에 이뤄낸 쾌거다. 만년 유망주의 껍질을 깨고 단박에 최고 선수가 됐다.
게다가 김상현은 또 하나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중압감'과 싸움이 그것이다. 그에게 집중될 것이 뻔한 관심을 이겨내야 더 큰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스타로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은 이제 그의 작은 부진에도 이유를 찾으려 들 것이다. 팀 성적까지 주춤하다면 그 부담은 배가될 수 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했다. 김상현의 타고난 성실성이 그를 지켜줄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종범은 "상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충실히 소화해내는 성실한 선수다. 한번 이뤄낸 걸 지켜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갖은 훈련을 하더라도 본인이 절실히 필요로할 때와 그렇지 않을때의 차이가 크다. 상현이는 여전히 더 잘하기 위해 많은 땀을 흘렸다. 믿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며 "절실함이 없는 후배들이 많다. 하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는다. 스스로 느껴야 진짜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상현이에 대해선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부담을 이겨내는 강한 심장 역시 필요하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이제 세상이 김상현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본인도 알고 있다. 그건 스타가 짊어져야 할 어쩔 수 없는 짐이다. 편하게 받아들이며 이겨내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부담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다보면 견뎌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IA가 왕좌를 지켜내기 위해선 그의 방망이가 또 한번 불을 뿜어줘야 한다. 시범경기서 김상현은 4할1푼7리의 타율과 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다시 한번 입지를 확인시켰다.
그러나 그에게 더 믿음이 가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방망이를 휘두르며 모자란 것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맏형 이종범이 그를 굳게 믿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