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민 한화 '전설의 학원' 우등생 계보 이을까

  • 등록 2009-02-02 오전 10:38:18

    수정 2009-02-02 오전 10:40:20

▲ 한화 김혁민 [사진=한화이글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맹모 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근묵자흑(近墨者黑)은 환경이 한 인간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알려주는 고사다.

공부가 됐건 운동이 됐건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화 고졸 3년차 투수 김혁민(22)은 또래들에 비해 매우 유리한 환경에서 성장 과정을 걷고 있는 셈이다. 송진우(43) 구대성(40) 등 살아있는 전설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이런 선수들과 유망주들의 관계에 대해 '00학원'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보고 배울 것이 많다는 뜻이다.

김혁민은 지난해 4승5패 방어율 4.55를 기록하며 한화 마운드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투수. 140km대 중.후반의 평균 구속을 자랑하는 힘있는 직구가 장기인 기대주다.

송진우와 구대성은 한켠에 밀려나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그저 그런 고참이 아니다. 여전히 팀의 중심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200승을 넘어선 송진우나 213세이브를 기록 중인 구대성은 그 존재만으로도 후배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특히 오랜 세월 마운드를 지킬 수 있었던 노하우가 녹아있는 그들의 생활은 좋은 교과서가 된다.

입단 3년만에 한화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한 류현진은 신인 시절 구대성으로부터 체인지업을 전수받자마자 레벨이 다른 투수로 탈바꿈했다.

송진우로부터 출발한 체인지업 익히기는 구대성-류현진으로 이어지는 체인지업 계보는 한국 투수사의 한 획을 그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화 불펜의 핵' 안영명도 이들의 영향권에 있는 투수다. 특히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 마당쇠 활약을 할 수 있는 비결 속엔 송진우와 구대성의 조언이 담겨져 있다.

안영명은 "평소에 먹는 음식부터 관리 요령까지 정말 많은 얘기를 듣는다. 송진우 구대성 선배님이 특히 신경써 주신다. 한마디도 허투루 듣지 않으려고 애쓴다. 잘 듣고 따라하면 정말 도움이 된다"며 효과를 자랑한 바 있다.

물론 아무리 교재가 좋아도 따르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면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나 다름없다.

이런 관점에서 김혁민은 매우 좋은 자세를 갖고 있다. "송진우 구대성 선배 옆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특히 자기 관리 부분이 그렇다"고 말했다.

수동적인 자세는 신인급 선수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이자 한계라 할 수 있다. 시키는 것은 열심히 하지만 정작 본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에 대한 노하우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김혁민은 대선배들의 생활에서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았다. "송진우 구대성 선배는 보기에는 일반적인 훈련만 하는 것 같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내서 땀을 흘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런 모습을 보며 며 많은 것을 배운다"는 말로 학습 효과를 설명했다.

김혁민이 살아있는 교과서인 노장들의 삶에서 자신을 감싸고 있던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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