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질주, 황대헌 뒤에서 쉽게 은메달 땄다"는 캐나다 선수

'편파 판정' 후 金 향한 '깔끔한 전략' 세운 황대헌
판정 시비 피해 아예 '아웃코스' 공략
뒤따른 스티븐 뒤부아 인터뷰 "너무 빠르더라"
  • 등록 2022-02-10 오전 9:13:40

    수정 2022-02-10 오전 9:13:40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됐던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황대헌(23·강원도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긴 가운데, 남자 1500m 결승에서 황대헌의 뒤를 이어 은메달을 딴 캐나다의 스티븐 뒤부아가 전한 소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9일 황대헌은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2분 9초 219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스티븐 뒤부아(25·캐나다)을 0.035초차로 제치고 극적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과 뒤따르는 캐나다 스티븐 뒤부아. (사진=연합뉴스)
이날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스티븐 뒤부아는 경기 후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10명이나 되는 훌륭한 스케이터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최선을 다했고, 좋은 스케이트를 탈 수 있도록 함께한 모든 경쟁자들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초반 이탈리아 선수(유리 콘포르톨라)가 치고 나가면서 경기가 의도치 않게 빠르게 전개됐다”면서 “이후 한국 선수(황대헌)가 뭔가를 준비하더니 속도를 내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렇게 많은 스케이터와 함께 타다가 실수를 해서 밀리면 기본적으로 끝”이라며 “나는 내가 앞쪽에 있어야 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 쉽게 앞으로 가는 길을 찾았고, 한국 선수를 따라 은메달을 지켜냈다”고 말했다.

뒤부아는 “계주에서 바통을 주고받듯이 나는 황대헌을 따라 달렸는데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세멘 옐리스트라토프까지) 상위 3명이 아마도 마지막 6바퀴는 나란히 질주했을 것”이라 돌아봤다.

그러면서 “결승선까지 너무 멀어서 (이렇게 빨리 달려도 되나) 중간에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며 “그러나 ‘뭐 어때’라는 심경으로 그저 (황대헌을) 따라갔더니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 2위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고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금메달을 차지한 황대헌 역시 이날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1000m 경기도 깔끔하게 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더 깔끔하게 경기를 준비했다”며 “깔끔한 경기 중 가장 깔끔하게 경기를 하는 것을 전략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인코스를 기가 막히게 파고들어 중국 런쯔웨이, 이원룽을 추월하는 깔끔한 레이스를 펼쳤음에도 심판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실격을 당했던 것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었다.

이날 레이스 초반 뒤에서 기회를 엿보던 황대헌은 결승선 9바퀴를 남긴 상태에서 아웃코스로 거침없이 추월, 1위로 올라선 뒤 내내 다른 선수들에 앞서서 질주했다. 판정 시비가 벌어지지 않게 아예 아웃코스를 공략한 완벽한 전략이었다.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역사상 가장 많은 10명이 이날 결선에 올랐지만 중국 선수는 한 명도 들어있지 않은 것도 황대헌이 금메달을 따는 데 도움을 줬다. 1000m 금메달리스트 런쯔웨이(25)는 준결선 3조에서 팔로 상대 선수를 미는 반칙을 저질러 실격됐다.

이번 경기를 통해 한국에 25번째 쇼트트랙 금메달을 전한 황대헌은 “태극마크를 달고 좋은 성적을 내 너무 영광이고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의 응원 덕에 좋은 성적을 내서 너무 기쁘다. 또 오늘은 제가 노력한 것들로 좋은 성적을 내 즐길 수 있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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