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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외야수 박한이(40)는 26일 경기를 마치고 밤새 술을 마신 뒤 숙취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27일 아침 9시 자녀 등교를 위해 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를 냈다.
현장 출동 경찰이 음주측정을 실시한 결과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65%가 나왔다. 고심 끝에 음주운전 적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 “음주운전 적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내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은퇴하기로 했다”고 구단을 통해 사죄했다.
올해 프로야구에선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가 벌써 3명이나 나왔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LG 코치의 조카로 잘 알려진 윤대영(25·LG)은 지난 2월 캠프에서 중도 귀국한 뒤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신호대기 중 잠들어버리는 황당한 사건을 일으켰다.
윤대영과 강승호 모두 현재 구단으로부터 임의탈퇴 처분을 받은 상태다.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되면 해당일로부터 최소 1년간 선수로 뛸 수 없다. 임의탈퇴에서 풀리더라도 윤대영은 50경기, 강승호는 9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KBO로부터 받은 상태다. 단순히 계산해도 2년 가까운 시간을 허공에 날려버렸다. 선수 생명이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박한이의 경우는 안타까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마시고 바로 운전한 것이 아니라 집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운전대를 잡았다는 점에서 앞선 두 선수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렇다 하더라도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시즌 중임에도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는 것도 팬들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렵다.
올해나 내년 시즌 뒤 명예롭게 은퇴를 했다면 누구보다 화려한 은퇴식을 가질 수 있었다. 구단 영구결번은 물론 향후 한국 프로야구에 기여할 부분이 많은 선수였다. 훗날 삼성의 감독감으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 저녁 고민 없이 기울인 술잔 때문에 그의 야구 인생도 불명예스럽게 막을 내렸다.
아무리 철저한 교육을 하고 무거운 징계를 내려도 선수 본인이 심각성을 절감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계속 반복되는 음주운전 파문에 야구팬들의 실망감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