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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돌 그룹들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지 음악 시장에서 K팝의 입지를 다진 상황에서 일본 걸그룹의 도전을 받게 됐다. 17일 가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의 걸그룹들이 한국을 필두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일본 걸그룹 안쥬르므가 한국 공연을 시작으로 대만, 홍콩을 거치는 아시아 투어를 마쳤다. 한국의 Mnet에서 인기리에 방송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에 일본 걸그룹 AKB48이 참여한 것도 시장을 해외로 넓히려는 시도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쥬르므 소속사 업프런트 프로모션의 오케다 마유꼬 기획실장은 데뷔 10년차인 안쥬르므가 뒤늦게 첫 아시아 투어를 나서는 이유에 대해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프런트 프로모션은 안쥬르므와 함께 일본 대표 인기 걸그룹 모닝구무스메, 쥬스쥬스 등이 소속된 대형 기획사다. ‘하로프로(헬로! 프로젝트)’를 통해 걸그룹에 합류할 새 멤버를 선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안쥬르므는 지난 6월2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에서 가진 아시아 투어의 첫번째 공연을 만원 관객의 환호 속에 성황리에 마쳤다. 한국 시장 공략의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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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맞물려 아이돌 그룹의 문화를 즐길 수요층이 줄어들 것으로 쉽게 예측 가능하다. 실제 일본 걸그룹의 이벤트에는 중장년층 팬들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가 높아 나이가 들어도 좋아하던 스타를 계속 응원하지만 신규 유입되는 팬들은 그 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 아이돌 그룹은 물론 기획사들도 향후 변화할 시장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을 맞았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한국에는 일본 문화를 동경하는 사람들도 있는 데다 일본 걸그룹은 한국 걸그룹과 매력이 차별화돼 있다”며 “일본 걸그룹 입장에서는 한국이 승부를 걸어보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는 시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걸그룹은 귀엽고 애교가 있는 콘셉트가 많다. 청순 또는 섹시와 함께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로 멋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한국 걸그룹과는 차이가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이 J팝보다 우위에 있지만 일본 콘텐츠도 나름의 특성이 분명한 매력이 있는 만큼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K팝이 일본 공략에 성공하며 영역을 확대한 것처럼 J팝도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한국 공략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