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입니다’②]이창재 감독 “N프로젝트→노무현입니다, 사막 걷는 느낌” 

  • 등록 2017-06-02 오전 10:16:00

    수정 2017-06-02 오전 10:16:00

이창재 감독(사진=CGV아트하우스)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노무현입니다'는 '사이에서'(2006) '길 위에서'(2013) '목숨'(2014) 등 인간에 대한 남다른 시선과 깊이로 휴먼 다큐멘터리의 새 지평을 연 이창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소재 탓에 투자를 찾기가 어려웠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N프로젝트'로 타이틀을 숨겨야만 했다. 이창재 감독에게서 '노무현입니다'의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무현입니다’ 제작 및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주목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노무현’이라는 콘텐츠와 그를 지지했던 ‘시민’들의 힘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 이 영화의 기획의도였습니다. 이에 가장 적합했던 것이 2002년 경선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은 노무현과 시민, 두 단어로 표현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02년 경선 당시 지지율 2%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던, 무명에 가까운, 국회의원도 연거푸 낙선한 노무현이 단 50여일 만에 대선 후보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이 같은 역전드라마는 한국 정치사상 전무후무한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당겼고 정치적 요인을 넘어서 시민들과 그들이 대표로 내세운 노무현의 힘만으로 대선후보가 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경험했던 희망을 다시금 관객분들께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8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관객이 영화에 호응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인간 노무현’이 반갑고 또 그립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콘텐츠가 가진 힘은 여전히 유효하고 그 힘은 저를 포함해 그와 함께 했던 이들이 가진 오랜 그리움의 갈증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게다가 노무현을 통해 관객들은 자기자신이나 가족 혹은 가까운 이들의 모습이 투영 되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 노무현에 대한 정보가 적은 젊은 관객들의 열광을 볼 때 그 같은 자기투영의 일환으로 느껴집니다.

-영화가 개봉한 후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습니까.

△인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사회에 참석했던 소위 보수주의자 한 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분은 한참을 제게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싫어하는 이유를 말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아직도 노 대통령의 정치적 공과는 분명히 좋게 말할 수 없지만 이 영화를 보고 더 이상 인간적으로 그를 비난하거나 싫어하지는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영화를 본 분들이 인간 노무현을 조금 이해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제작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전 정권 하에서 영화를 준비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제작을 하면서 조심한 것은 무엇입니까.

△제작 당시만 해도 2017년에 극장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 개봉이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4년 전부터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 다녔는데 거절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2016년 총선 결과를 보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돌입했지만 영상 자료를 확보하고 허가를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의 제목을 가제인 ‘N프로젝트’로 버텨야 했습니다. 더구나 대선 자료는 정말 많은데 경선 자료는 당내 경선이기 때문에 영상이 많지 않았고, 필요한 장면의 자료를 구하는 것만도 6개월이 걸렸습니다. 신기루를 향해 사막을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인터뷰 대상을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설득했고 어떤 점들을 신경썼나요.

△변호사 시절 국회의원 시절 대통령 시절 3기로 나눠서 각 200명 가까이 인물들을 체크했습니다. 섭외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당신들을 유족이라고 표현하며 인터뷰를 못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여전히 모든 감정을 직접 말하기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당시에는 조금 더 이성적이고 객관화된 답변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고 인터뷰이를 통해 ‘노무현’의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촬영 당시의 상황은 어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뷰는 세 시간 정도 진행했습니다. 법조인답게 건조하고 명료하게 답하셨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인터뷰 중 두 번 정도 눈물을 보였는데 눈물이 흐르면 급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닦고 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를 읽었을 때도 울컥하셨지만 끝까지 절제하는 모습을 뷰파인더를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씀 자체를 건조하게 하셨고, 쇼맨십에 능한 분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다만 노대통령님과 함께 한 세월의 무게를 그 분의 느린 말투와 표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 제작 전과 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게 있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노빠’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 전까지 봉하마을에 다녀온 적도 없고 그저 광화문 영결식에 참석한 게 그에 대한 유일한 추모였습니다. 경선과 대선이 치러질 땐 미국에 있을 때라 그 당시의 '노사모' 현상, '노풍'에 대해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비판적 입장이 강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기획 단계 때부터 왜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평가를 배제하냐고 질문을 받곤 했습니다. 영화를 만들고 난 지금도 마찬가지로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를 기획할 때도, 영화를 만들고 난 지금에도 인간 노무현만 남아 있습니다. 생의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의 실존을 포기하지 않은 '멋진 사람’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요.

△영화의 의미를 먼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 노무현이 아닌 사람 냄새 나는 노무현을 추억하고 싶어서 만든 영화입니다. 관객들 또한 그 점을 느낀다면 성공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처음의 기획의도처럼 영화가 전하는 ‘희망’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태연, '깜찍' 좀비
  • ‘아파트’ 로제 귀국
  • "여자가 만만해?" 무슨 일
  • 여신의 등장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