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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삼성은 21일 현재 팀 실책이 6개 뿐이다. 8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수치다. 가장 많은 히어로즈(14개)의 절반 이하이고 7위 롯데(11개)보다도 5개나 적다.
그러나 심리적인 수비 실력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삼성이 정말 수비가 강한 팀일까...'
삼성과 상대해 본 팀 선수들은 "기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외야 수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심정수가 있다. 심정수는 올시즌 들어 아직 단 한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삼성 수비수 중 가장 큰 구멍은 그가 맡고 있는 좌익수에서 생기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물론 수비력을 평가하는 또 다른 통계인 레인지 팩터(RF)로 따져보면 심정수는 8개구단 외야수 중 꼴찌에서 두번째다. 그러나 1위가 삼성 박한이이고 두산 민병헌이나 SK 조동화가 심정수보다 2,3칸 위라는 점 등을 비춰봤을 때 이마저도 수비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라 하기 어렵다.
지난 주 삼성은 1승5패로 크게 부진했다. 그 중 몇차례의 승부는 고비마다 심정수의 부실한 수비가 숨어 있었다.
15일 문학 SK전. 0-1로 뒤진 6회 2사 1루서 SK 김재현이 좌중간으로 안타를 때려낸다. 이때 공을 잡으려 대시하던 심정수가 공을 뒤로 빠트리며 김재현에게는 2루타를, 1루주자 박재상에게는 득점을 허용하고 만다. 실책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팽팽하던 승부가 한순간에 SK쪽으로 기운 순간이었다.
이때 1루 주자 최동수가 3루까지 내달았다. 히트 앤드 런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최동수가 심정수의 약한 어깨를 감안해 과감한 베이스러닝을 한 것이다.
결과는? 최동수가 3루에서 세이프 된 것은 물론, 이 틈을 타 이종렬까지 2루에 안착했다. 결국 다음 타자 조인성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LG가 추가점을 뽑았다.
평생 발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던 최동수가 다른 팀을 상대로 좌전 안타 때 1루서 3루까지 내달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3루수 박석민도 1루수 크루즈도 잘 하는 수비수는 아니다. 중견수를 맡고 있는 박한이도 수비력에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선동렬 삼성 감독도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시범경기부터 "수비에서 불안한 구석이 많다. 하지만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외야가 그렇다"고 말해왔다.
문제는 타격도 맘 처럼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크루즈는 타율이 2할9푼9리지만 지난주에야 첫 장타를 쳤을만큼 파워면에서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심정수는 3개의 홈런을 치며 2할7푼6리를 치고 있는데 2할1푼4리의 타율에 1홈런을 기록중인 양준혁(14개)보다 타점이 절반(7개)밖에 안된다.
물론 나름대로 제 몫을 해주고는 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동료들과 팬들의 기대치는 보다 높은 곳에 있다.
삼성 유격수 박진만(그는 현재 팀내 최다실책(2개) 선수다)은 지난해 '달인에게 묻는다' 인터뷰서 이런 말을 했다. "수비는 절대 숫자로 평가해선 안된다. 숫자가 좋다고 좋은 수비수는 아니다"라고 못 박은 뒤 "수비는 투수와 동료 야수들에게 심리적으로도 도움이 돼야 한다. 꼭 아웃 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일단 타구를 막아내 실점을 최소화하면 안타가 되더라도 투수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바꿔 말하면 야수가 '난 실책이 없다'에만 만족할 경우 팀 전력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보다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다 노력해야 한다. 아, 물론 보상은 수비가 아닌 방망이로 해줘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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