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 대회에서 남북한이 장군 멍군을 주고받으며 1-1로 비겼지만 뒷 맛은 깔끔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날 보여준 전력 때문이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전반 20분 염기훈의 선제골로 앞서나가다 후반 27분 북한의 골게터 정대세에게 동점골을 내줘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어도 경기 내용에선 앞섰다. 특히 전반의 경우 볼 점유율이 65%-35%에 이를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다. 북한이 초반부터 수비에 치중하는 5-4-1 전형으로 나왔고 한국은 미드필드의 주도권을 장악,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었다.
북한은 한국에 주눅이 든 듯했다. 김남일 조원희를 축으로 중원에서 이뤄진 한국의 압박에 번번이 흐름이 끊긴데다 전방에 포진한 정대세에게도 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역습을 노리는 공격 전술은 단조로웠고 짜임새도 허술했다. 전반 28분에야 문인국이 첫 슈팅을 기록할 만큼 무기력했다. 경기 운영은 투박했다.
하지만 북한이 간간이 드러낸 투지와 날카로운 역습 능력은 섣부른 평가를 하기 힘들게 했다. 0-1로 뒤지는 상황에서 후반 3분 한명이 퇴장당해 수적으로 불리한 처지로 몰린 뒤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동점골까지 뽑아내는 대목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었다. 17일 일본과 1-1로 비기고, 6일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1차전에서 중동의 다크호스 요르단을 적지에서 1-0으로 잡은 결과는 결코 운으로만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훈 감독은 경기 후 “오늘 한번 붙어봤기 때문에 한국의 공격하는 방식, 방어하는 방식, 개별적인 선수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상대를 파악하는 데 유익한 경기였다"고 밝혔다. 한국전은 진짜 실력을 드러내지 않은 월드컵 예선 전초전일 뿐이라는 뜻이 녹아 있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단 자체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설기현(풀럼) 등 대표팀 주력이 빠진 2진급에 가까웠고, 이날도 허정무 감독은 박주영을 무리하게 투입하지 않으면서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하며 경험을 쌓게 했다. 허 감독 또한 탐색전 정도로 접근한 것이다.
한국 또한 박지성 등 대표팀의 주력들이 합류, 명실상부한 1진 멤버로 원정길에 오를 예정이다. 전혀 달라진 한국과 북한의 맞대결을 기대할 수 있다. 월드컵 예선 북한전 결과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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