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트롱-샘프라스, 떠나간 '황제'의 '아름다운 뒷모습'

  • 등록 2007-11-23 오후 1:24:25

    수정 2007-11-23 오후 1:27:13



[노컷뉴스 제공] 올해 두명의 '황제'가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출신의 1971년생 동갑내기인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36·미국)과 '1990년대 테니스의 황제' 피트 샘프라스가 그들이다.
 
암스트롱과 샘프라스는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이들이다. 암스트롱은 '투르 드 프랑스'에서 7연패의 업적을 이뤘고, 샘프라스는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14차례나 차지했다. 암스트롱이 사이클의 대명사라면 샘프라스는 테니스의 전설이다. 현역 시절의 이들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

전성기를 거쳐 내리막길을 내려온 이들은 각각 2005년과 2002년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일반인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아저씨'의 삶 속으로 뛰어든 것. 하지만 현역 은퇴를 이들의 '마지막'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암스트롱과 샘프라스에게 은퇴는 새로운 도전의 출발지점이었을 뿐이다.

암스트롱, '스포츠 스타'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

"암과의 투쟁이 없었더라면 투르 드 프랑스를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다."이 말은 은퇴 이후 암스트롱의 활동을 이해하는 '키워드'다. '암'은 그의 인생 전체를 뒤흔들어 버렸다.

암스트롱은 가이클 선수로 명성을 쌓아가던 1996년 고환암 진단을 받았다. 생존확률 30% 미만이라는 '치명적인 선고'까지 받았다. 선수 생활을 끝났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16개월의 항암 치료와 투병의 세월을 이겨낸 그는 1998년 2월 사이클계로 복귀했다.

이후 그의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1999년 투르 드 프랑스의 첫 우승이 그 서곡이었다. 당시 USA 사이클링은 '금세기 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 암스트롱의 우승을 꼽기도 했다. 이어 암스트롱은 2005년까지 대회 7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뒤 화려하게 은퇴했다.

은퇴 이후의 암스트롱은 오히려 현역 시절보다 더 바쁘다. 그는 단순히 암을 극복한 데 만족치 않고, '랜스 암스트롱 재단'을 설립해 암 환자를 돕는 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스포츠는 우리 문화의 큰 부분이기 때문에 운동선수는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이 있다. 작은 이슈도 큰 이슈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또 사람의 인식과 관심을 불러모을 수 있다"며 스포츠 스타가 여러 사회적 이슈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암스트롱은 소아암 환자들과의 시간을 가지는 등 '암'에 대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열을 올렸다. "암을 이겨낸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그가 자선 행사 등을 통해 10년간 모금한 돈은 2억1천만달러에 이른다.

지금도 그는 암환자들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8월 방한시 그는 "암이 미국에서 주요 의제가 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음 대통령이 암에 대한 계획과 어젠다를 세우도록 모든 후보들과 접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년에 60만명이 암으로 죽고 있고 한국에서는 8만5천명, 세계적으로는 700만명으로 안다. 암 퇴치는 미국과 한국만의 이슈가 아닌 세계적인 이슈"라고 설명했다.

암스트롱은 '스포츠 스타의 사회 기여'가 지니는 가치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뚜르 드 프랑스 7연패'보다 더욱 그의 존재가 빝나는 지점이다.

샘프라스, 스포츠를 떠나 가족을 택하다

20일 잠실체육관 특설코트에서 열린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26·스위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주최사 현대카드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샘프라스는 자신을 '패밀리맨(Family Man)'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2003년 US오픈 대회에서 마련된 은퇴식에서 "내 아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좋은 남편이 되겠다"고 다짐했고 지금까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지난 2000년 결혼한 전 미스 10대 USA 출신 아내 브리지트 윌슨, 두 아들 크리스찬 찰스, 라이언 니콜라스가 지금 그의 전부다.

현역 시절 샘프라스는 사실 실력에 비해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카리스마 부족'이 그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내성적이고, 말이 없었다. 묵묵히 테니스를 치는 게 그가 보이는 이미지의 전부였다. 역설적으로 그의 이런 이미지는 은퇴 이후 가족과의 삶을 추구하는 그에게 가장 어울려 보인다.

샘프라스는 20일 한국에서 열린 페더러와의 친선경기(0-2 패)가 끝난 뒤 "현역에 복귀할 생각은 없다. 선수가 현역에 복귀할 때는 관심을 받기 위해, 이기기 위해, 돈을 위해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난 이유나 목적이 없다. 특별히 현역에 복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샘프라스는 "은퇴 이후 결혼 생활에 최대한 충실하려 노력하고 있다. 2명의 아이들을 기르다 보니 열정을 되살릴 만한 기회가 부족하다. 테니스는 열정을 살려주는 좋은 역할을 한다. 가정에 충실하며 이따끔 테니스를 치는 삶을 앞으로도 살 것이다. 난 지금의 균형 잡힌 삶이 좋다"고 덧붙였다.

현역 은퇴 직전 "훈련하기가 싫어졌다. 더 이상 못하겠다"며 테니스에 대한 지겨움을 표현했던 샘프라스였지만 은퇴 이후 테니스는 그의 인생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동반자가 됐다. 자신을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린 것이 테니스이지만 오히려 그는 은퇴 이후 더 테니스를 즐기고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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