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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대행사 사람들의 치열한 현실과 성공을 향한 욕망을 충실하게 다루면서 이보영과 조성하, 손나은, 한준우, 전혜진 등 명품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다 보니 시청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인물의 다각도의 감정까지 집요하게 잡아내는 이창민 감독의 세심하고 감각적인 연출에 대한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행사’ 연출을 맡은 이창민 감독이 ‘대행사’의 이모저모를 직접 밝혀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을 이어가며 사랑받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솔직하게 좋다. 사실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오피스물이 한계가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물의 관계성에 조금 더 몰입했다. 단순한 오피스물보다는 인물들 간의 관계성을 더 살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시청자분들도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대행사’가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대본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해줬다. 현장에서도 배우들끼리 워낙 친해서 한 팀 같은 느낌이 항상 있었다. 그런 것들이 시너지가 난 것 같다.
-제작발표회 당시 이보영 배우가 “집요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한 장면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오피스물의 특성 상 사무실 세트 촬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즉 공간적 한계가 명확하다는 의미다. 단순하게만 촬영하면 답답한 느낌이 들 수 있고, 그래서 템포가 느껴질 수 있게 다양한 앵글에서 촬영해 속도감을 내려고 했다. 그래야 보는 사람이 덜 지루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촬영 외적인 요소 중에서도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임원 방도 각 캐릭터에 맞춰서 차별성을 줬다. 예를 들어, 고아인의 방에는 다름 임원들과 다르게 소파를 두지 않았다. 치열한 릴레이 회의를 선호하는 캐릭터를 반영해, 긴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했다. 상대적으로 최상무(조성하)의 방은 일반적으로 꾸몄고, 강한나의 방은 조금 더 색감 있는 소파와 감각적 인테리어로 차별화했다. 조대표(박지일) 사무실은 바둑 두기 좋은 방이다. 그리고 대표니까 특별히 문도 두개다.
음악엔 특히 공을 많이 들였다. 프레임마다 음악이 나오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서 꽉 채워 편집했다. 그러다 보니 음악 작업을 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쏟았다. 공간의 한계를 오디오로 채우고 싶은 욕심이었다.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강한나(손나은)가 첫 출근하는 장면이다. 새로운 판이 시작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긴장감을 많이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2~300컷 이상 엄청 많이 촬영했다. 주말에만 촬영이 가능한 곳이어서, 그 다음 주말에 다시 가서 추가 촬영을 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
△5회에서 VC그룹 본사 비서실장(정승길)이 법무팀장(김민상)에게 우원그룹 회장 보석 허가를 받아낼 방안을 찾아내라고 다그치는 장면이 나온다. 솔직히 대본으로 읽었을 땐 크게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찍을 때 너무 재미있었다. 두 배우의 호흡이 너무 잘 맞으니까 작가가 쓴 의도에 이런 면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얘기와 동떨어진 이야기라 별로 안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런 장면들이 쌓여서 관계성 정립이 더 잘 된 것 같다. ‘대행사’에 이런 빌드업이 많은 편이다. 시청자분들도 그런 부분을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호응을 얻었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있나?
△12회 엔딩 장면이다. 강한나가 맞선 상대인 석산 그룹의 아들(이동하)이 박차장(한준우)에게 무례하게 굴자 똑같이 얼굴에 와인을 뿌리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면들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촬영하긴 했는데, 이 상황을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통쾌하다”며 좋아해 주셨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행사’는 다양한 관계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밸런스를 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를 유지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비결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다양한 관계성 중에서 ‘최애’ 조합이 있다면?
△이보영 배우 다음으로 제일 먼저 이창훈 배우를 캐스팅했다. 한부장 역할 캐스팅 1순위였다. 이보영 배우는 단정한 이미지에 정확한 연기를 한다. 상대적으로 정확한 연기보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배우가 함께 하면, 엇박자로 두 사람이 주고받는 티키타카가 더 재미있고 시너지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 이창훈 배우의 전작 ‘블랙독’을 봤는데, 정말 선생님 같더라. ‘대행사’에 캐스팅하면 정말 회사원 같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 기대 이상으로 두 배우의 케미가 정말 잘 살았다.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배우들끼리 워낙 친해서 분위기가 좋았다. 나도 농담을 좋아하는 편이라 장난도 많이 치고, 가끔 약도 올리고 그러면서 다들 친하게 지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현장 분위기는 좋을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보영 배우가 다른 배우들을 잘 챙겼다. 주인공으로서 무게를 견뎠다는 느낌이 있다. 도움이 많이 됐다. 이보영 배우랑 모니터 옆에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서로 의지도 많이 했다. 동지애를 느꼈다. 정말 고마웠다.
-‘대행사’를 통해 시청자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작품을 보고 느끼는 메시지는 시청자 여러분 각자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연출자로서 한 시간을 투자하시는 분들이 그 순간만큼은 재미있게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첫번째다. ‘대행사’에 투자한 한 시간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아등바등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고아인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앞으로 남은 4회 중에 나올 대사인데 인용하고 싶다. “미지근한 것도 나쁘지 않다.”
-마지막으로 남은 4회차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람 팁이나 관전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남은 기간 동안 고아인이 어떻게 더 높은 곳으로 가는지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을 편집하고 보는데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 장면을 위해 지난 16회를 달려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해주셔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