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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세대 초월해 한자리 모인 개그맨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KBS ‘개그콘서트’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tvN ‘코미디빅리그’에 출연 중인 개그맨들이 참석했다. 평상시에는 경쟁프로그램이었지만 축제기간에서 만큼은 달랐다. 축제를 찾은 관객들은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그녀는 예뻤다’와 ‘웃찾사’의 ‘신의 꼼수’, tvN ‘개국공신’ 등을 한자리에서 즐겼다. 또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박명수 하하), KBS2 ‘1박2일’(차태현 김종민 정준영), JTBC ‘아는 형님’(김영철) 멤버와 뮤지컬 배우 정성화 등 스펙트럼이 다양해진 것도 성과다.
원로 개그맨들의 등장도 눈길을 끌었다. ‘개그계 대부’ 이경규와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심형래, 배우로 변신한 임하룡, 이영자, 이성미, 박미선 등이 모습을 비췄다. 이들은 단순히 개막식에 참가하는 것에서 발전해 무대를 직접 꾸미는 등 관객을 맞았다. 이경규와 이윤석, 윤형빈이 준비한 ‘이경규 쇼’는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 코미디는 언어의 장벽과 국민 정서의 차이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국내 개그맨들의 공연이 매진 사례를 이어갔지만 외국 개그팀 무대는 유료관객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축제에 참가한 한 개그맨은 “정서의 차이에서 오는 신선함도 있지만 동시에 낯섦도 있다”라며 “국제적인 개그 교류가 이어진다면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종 넌버벌 코미디, 가능성을 보다
제2의 ‘옹알스’의 탄생을 기대해도 괜찮을까. 외국 시장에서 K-코미디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언어다. 그래서 대사가 없는 넌버벌 코미디 장르가 주목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개그팀 ‘옹알스’가 대표적이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 소개되며 주목받은 이들은 올해 한국 코미디 역사상 최초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했으며 2014 멜버른국제코미디페스티벌 디렉터 초이스상, 2015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 티켓 매진을 기록했다.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막 다음날인 27일 원로개그맨 구봉서가 별세했다. 한국 개그사에 큰 획을 그은 어른이 세상을 등진 만큼 마냥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관객과의 약속인 공연을 멈출 수는 없었다. 후배 개그맨들은 별세 소식에 애통하고 추모의 뜻을 밝히는 동시에 ‘개그로서 고인의 뜻을 잇겠다’고 했다.
김준호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은 “제5회 개막식 때 고 구봉서 선생님을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로 모실려고 했는데 이뤄지지 않아 통탄스럽다”라며 “모든 공연전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전유성 명예집행위원장, 김대희 이사 등 부산을 찾은 31명의 동료 개그맨과 함께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고인을 추모하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 “우리가 힘들고 어렵고 못 살고 추웠던 시절에 서민들이 웃을 수 있었던 건 코미디 덕분이었다”라며 “대 선배님들이 한 분 한 분 가실 때마다 굉장히 큰 기둥을 잃은 것 같아서 정말 마음이 굉장히 힘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