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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얼굴 가득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첫 대면에 "많이 힘들어 보이십니다"라는 낯선 인사를 건네게 된 것도 바로 그래서였다.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데일리SPN 본사에서 만난 장나라는 망설임 없이 짧게 "그쵸"라고 답했다.
한동안 서먹한 침묵이 흘렀다. 장나라는 잠은 잤는데 몸이 많이 피곤하다며 양해부터 구했다.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지쳐 보였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영화나 드라마 속 마냥 귀엽고 소녀 같은 장나라 대신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어차피 물어볼 건데’ 하며 심호흡을 하고 침묵을 깼다.
“대종상 논란 때문에 지친 거 아닌가요?”
장나라는 지난 2003년 ‘오!해피데이’ 이후 6년 만에 영화 ‘하늘과 바다’에 출연했다. 장나라는 ‘하늘과 바다’에서 특정 영역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지만 지능 발달이 더딘,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주인공 하늘로 분했다.
강아지와 소년의 우정을 담은 ‘마음이’로 100만 관객을 모은 오달균 감독의 신작 ‘하늘과 바다’는 최근 영화계의 ‘논쟁작’이 됐다. ‘하늘과 바다’가 개봉하기도 전에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음악상과 신인여우상 등 제46회 대종상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것이 알려져서다.
장나라는 그 질문을 예상한 듯 “이제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장나라는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단순히 대종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최근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장나라와 그의 아버지 주호성 제이엔 디베르티스망 대표는 홍역을 치렀다. 대종상에 노미네이트되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근거 없는 의혹과 ‘영화를 보지도 않은 이들’의 비난에 시달려야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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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는 촬영 과정에서 20억원 가량의 제작비를 충당하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장나라는 제작비 마련을 위해 중국 대륙을 누볐다. 이런 딸을 보는 아버지인 주호성 대표는 속이 바짝 탔다. 영화라는 것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간 투입된 제작비는 물론 노고가 모두 허사가 돼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지난 5월 완성됐다. 그리고 대종상 규정에 맞춰 출품됐고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 과정에서 장나라는 열심히 연기했고, 또 한 편으로는 제작비를 마련해오는 수고까지 해야 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영화를 보신 분들께서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면 모르겠는데 영화가 언론에 채 공개되기도 전에 논란에 휩싸이니까 정말 속이 많이 상했어요. 차라리 요즘엔 언론시사도 하고 VIP시사도 하고 관객시사도 하니까 마음이 편해요. 보신 분들의 평가는 또 다를 수 있으니까요.”
실제 지난 26일 서울 대한극장에서 열린 ‘하늘과 바다’ 일반시사를 참관해본 결과 관객들의 반응은 언론의 예상보다 훨씬 호의적이었다. 시사회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극장을 찾은 초등학생 관객들과 그의 부모들은 극중 하늘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했고 극의 클라이맥스에는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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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학적인 가치나 작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하늘과 바다’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장나라의 연기가 여우주연상 후보에조차 오를 수 없을 정도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보였다. 극의 후반부 장나라의 연기는 관객들의 감정선을 치고 울리는 폭발력이 있었다.
“차라리 하루에 몇 차례라도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거나 행사를 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아요. 최근 며칠 정말 급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마음속의 답답했던 이야기를 털어놔서였는지 장나라는 차츰 기운을 차리고 특유의 발랄한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래도 영화를 촬영할 때는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하늘이처럼 맑은 마음을 갖기에는 제가 너무 큰 상황이었지만, 어렸을 적 엄마에게 어리광 부리듯이 지낼 수 있었거든요. 다시 연기를 한다는 것도 행복했는데...... 남들은 어렵다고 하지만 와이어 타는 것도 신기했구요.”
“사실 저랑 하늘이란 캐릭터는 닮지 않았지만 저나 하늘이나 어른들의 말을 잘 따르는 건 닮았더라구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것을 속으로 삭히고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비슷하구요.”
매 년 수억원의 통 큰 기부로 화제가 된 장나라는 기부 역시 어른들의 뜻에 따르는 것이었다고 공을 주변의 어른들에게 돌렸다.
“기부를 하는 것은 주변의 어른들이 많아서 그런 거 같습니다. 혼자 일을 하고 그랬으면 아마 저는 그러지 못했을 거예요. 저의 부모님이나 일하면서 만나는 어른 분들이 좋은 길로 저를 인도 해 주셨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기부를 할 때 갈등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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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하늘과 바다’로 인해 장나라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이 분명했다. 본인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나라는 “지나간 건 잘 안 봐요”라며 “금새 또 기운을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을 성원해주는 팬들과 박경림, 이수영 등 절친한 언니들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이전의 시트콤 '뉴논스톱'이나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혹은 '내사랑 팥쥐' 같은 드라마에서 본 것과는 다른 어느덧 성숙한 여인의 분위기가 풍긴다고 하자 장나라는 “그럼요. 저도 이제 서른 살이 다 되었는걸요. 부디 감독님들도 저를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긴 생머리카락을 살짝 쓸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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