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스틴 존슨은 지난 6월 열린 US오픈 최종라운드 5번홀에서 경기위원을 불러 ‘볼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밝혔다. 존슨은 경기 후 1벌타를 받았다.(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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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지난 6월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오픈 최종일 4라운드. 단독 선두를 달리던 더스틴 존슨(미국)은 5번홀 그린에서 파 퍼트를 한 후 경기위원을 불러 “볼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고백했다. 경기 후 존슨에게 내려진 판정은 1벌타. 골프규칙 18-2(선수 또는 캐디가 정지된 볼을 움직이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을 경우 1벌타를 받는다)에 따른 결정이었다. 다행히 우승에 영향은 없었지만 룰 해석에 대해 비난이 일었다.
이른바 ‘존스 룰’이 없어진다. 골프규칙을 제정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내년부터 플레이어의 볼이 퍼팅 그린 위에 있을 때 플레이어나 그의 파트너, 그의 상대방 또는 그들의 캐디나 휴대품에 의해 우연히 볼이나 볼 마커가 움직인 경우의 벌을 면제하도록 하는 새로운 로컬 룰을 이달 초 발표했다. 골퍼들이 생각하는 가장 가혹한 규칙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골퍼들이 생각하는 억울하고 황당한 골프 룰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페어웨이 디봇에 대한 판정이다. 흔히 ‘페어웨이의 작은 벙커’라 불리는 디봇은 볼을 칠 때 클럽에 의해 패어진 잔디 자국이다. 여기에 볼이 놓이면 클럽에 볼을 정확히 맞히기 어렵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디봇에 놓인 볼을 드롭하지 못하는 건 잘못된 규칙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디봇 불운으로 연장전에서 패한 스테이시 루이스도 “디봇에 빠진 후 경기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린에 생긴 스파이크 자국을 수리할 수 없는 규칙도 개정이 필요하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스파이크 자국을 퍼터로 눌러 평평하게 만들지만 분명한 규칙 위반이다. 골프규칙 16-1에 따르면 ‘볼 마크와 홀 구멍을 만들었던 자국이 아니면 그린에 생긴 어떤 자국도 수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퍼트 라인에 스파이크 자국이 깊게 생겼다면 자신의 불운을 탓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골프규칙은 규제가 아닌 구제가 우선이다. 따라서 앞 조 또는 동반자에 의한 스파이크 자국으로 피해를 본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벙커 발자국 규칙도 논란거리다. 벙커는 해저드로 분류돼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 발자국에 빠져도, 볼이 깊숙이 박혀도 아무런 구제가 없다. 일부 골퍼들은 ‘벙커 발자국은 평평하게 고를 수 있게 룰이 변경됐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꾸준하게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R&A나 USGA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 골프규칙에서 벙커 발자국에 빠진 볼은 구제 없이 그대로 플레이를 해야 한다.(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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