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 은퇴 후에도 구단은 그에게 공을 들였다. 단순히 해외 구단 연수 지원 뿐 아니라 스카우트, 전력 분석팀 등 프런트 업무 경험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보다 넓은 시야로 야구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LG가 2년여에 걸친 지도자 수업 시간을 준 것은 그와 김정민 배터리 코치 둘 뿐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엔 입지가 더 넓어졌다. 그는 1군 서브 타격 코치를 맡아 친정팀이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힘을 보탰다. LG는 2할8푼2리라는 높은 팀 타율을 기록하며 묵은 한을 풀어낼 수 있었다. 서 코치 역시 후배들의 불방망이에 힘을 보탠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서 코치는 지도자로서 가장 좋은 시기에 팀을 잠시 떠나기로 했다. 모든 여건이 좋아지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기에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하며 말렸다. 하지만 서 코치의 결단은 생각 이상으로 단단했다.
LG가 비로서 나름의 기반 위에 서게 됐다는 점도 그의 결정을 앞당기게 만들었다.
진심은 어디서든 통하는 법. 배움에 대한 서 코치의 진지한 자세는 주니치 구단의 대우도 바꿔 놓았다. 구단의 요청 없이 개인 자격으로 연수를 받아주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니치는 서 코치에게 단순히 ‘연수자’ 자격이 아니라 2군의 정식 코칭스태프를 맡기기로 했다.
그가 처음 주니치에서 연수를 했던 시절,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눈여겨 보고 있었던 오치아이 주니치 단장(당시 감독)이 내린 결정이었다.
서 코치는 “연수를 마음 먹은 뒤 어학원의 새벽반을 끊어 공부를 계속해 왔다. 시간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공부하러 가는 길은 늘 즐거웠다. 피곤한 줄도 몰랐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 만큼 제대로 공부해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