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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출신 타격 코치를 원했던 이만수 감독의 요청에 따른 결정이다. 그간 이만수 감독은 홈런 외에는 부진했던 타격 성적에 대해 늘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내년 시즌은 자신의 야구 색깔을 더욱 확실히 내는 해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사령탑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되고 있는 상황. 선수단에게는 신선한 새 바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용병 코치를 데려온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통의 시대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SK는 올 시즌 이 경험을 뼈저리게 했다.
조 알바레즈 코치는 이만수 감독 부임과 함께 주루 코치로 올시즌 SK의 유니폼을 입었다. 연봉도 꽤 됐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알바레즈 코치는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한 뒤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상의 문제였다. 3루 주루 코치를 맞고 있던 알바레즈 코치는 경기 중간 중간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서 이만수 감독과 제대로 소통이 되지 못했다. 경기 도중 서로 얼굴을 붉히는 상황까지 갔다.
결국 알바레즈 코치는 시즌 시작 보름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게임이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커뮤니케이션 부분이 문제가 있어서 게임 속도와 정체되는 부분이 있었다. 선수와 문화적 차이, 소통의 차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팀에 외국인은 선수까지 모두 3명. 그러나 1군에 배치된 통역은 당시 단 한 명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소통에 제약이 생기다보니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서로간의 교감을 찾아보기엔 시간도, 여건도 충분치 않았다.
마이너리그서 뛴 경험이 있는 최경환 2군 코치가 1군에서 맥스 베네블 코치의 소통을 돕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통역이 필요한 상황이다.
알바레즈 코치는 지난 91~98년 쌍방울, 롯데, LG에서 코치 경험이 있다. 알바레즈 영입 때엔 ‘한국 야구에 대한 경험’이 장점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그런 알바레즈 코치도 힘들었다던 선수와 문화적, 소통의 차이였다.
베네블 코치는 일본 야구에서 2년을 뛰었을 뿐 한국 야구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태다. 베네블 코치가 얼마만큼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자칫 적응 기간이 길어진다면 팀 성적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메이저리그와는 다른 한국 야구 색깔, 상대 투수 등 파악에도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SK 선수단을 잘 아는 코칭스태프들이 줄줄이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베네블 코치의 적응을 하루 빨리 돕는 것도 선수단, 프론트, 코칭스태프 모두의 과제다.
문득 올시즌 중 SK의 어느 한 선수는 수훈선수 인터뷰가 떠올랐다. “타석에 바로 들어가기 직전, 대기 타석까지와서 타격 코치님이 이 볼을 노리라고, 어떻게 치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노림수가 적중했다.”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는 플레이 상황. 그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원활해야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SK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 중에 하나다.
게다가 1군에 있었던 김경기 코치는 선수단의 장단점을 제일 잘 알고 있던 코치 중 하나였다. 선수들도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잘 털어놓았던 코치였다. 이 감독이 시즌 중반 타격이 부진하자 김경기 코치를 1군으로 불러올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때로는 정신적 멘토 역할까지 해줘야하는 한국 야구 문화에 얼마만큼 적응할 수 있을지 아직까지로선 미지수다.
과연 SK의 선택이 내년 시즌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