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선수들의 투쟁에는 한계가 있다. 아직 노조가 아닌 탓에 단체 행동을 하기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선배들이 나섰다. 프로야구 OB 모임인 일구회는 선수협과 보조를 맞춰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그 싸움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이다. 그를 만나는 짧지 않은 시간에도 그의 전화벨은 끊임없이 울렸다. 그가 추진하고 있는 일들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젠 정말 선배들이 힘이 돼야 한다
구 총장은 인터뷰를 사과로 시작했다. “후배들에게 그동안 미안했다”고 입을 열었다. 선배들이 나서야 하는 당위성도 거기에 있다고 했다. 10여년 전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선수협을 만들 때 힘이 되어주지 못했던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당시 주도자들은 동시 임의탈퇴가 되며 벼량끝에 몰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일구회를 비롯한 선수들은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구 총장은 “선수협이 출범할 당시 선배들이 후배들이 원하는 만큼 역할을 못해준 것이 사실이다.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일이 있어도 선배들이 후배들을 도와주고 보호해줘야 할 시점이 됐다”며 “이번에도 못해주면 야구인으로 설 수 없다. 집행부가 선수협과 협조도 맞추고 통합 위원회 구성되고 분위기 조성되고 있다. 지금은 후배들보다 선배들이 더 나서야 할 때다. 선배들이 나서야 한다는 마음으로 뭉쳐 있다”고 강조했다.
적자? 사람에게 투자하라
프로야구의 외연이 넓어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적자다. 연간 200억원에서 300억원까지 드는 부담스러운 사업. 10년전만 해도 이 돈의 대부분이 적자였다. 최근 인기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경영 수지가 만히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프로야구는 ‘돈 많이 드는 적자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프로야구, 돈 되는 사업이 될 순 없을까. 구 총장은 프런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라면 뭔가 해법을 갖고 있지 않을까?
그는 먼저 “사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좋은 인재에 투자하는 것이 비용 절감과 함께 수익 창출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구 총장은 “31년간 선수들의 의식 구조나 지도자들의 능력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경영진의 생각은 원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눈 앞에 보이는 성적에만 급급하다”며 “헛돈 날라가는 것이 많이 보인다. 인재를 위해 투자하게 되면 스카운트나 마케팅에서 성공 비율이 높아지며 수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본은 스카우틀 10명 이상 운영(국내는 2,3명 수준)한다. 선수 하나 제대로 뽑으면 이들 인건비는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마케팅도 해외 장기 연수 등을 통해 선진 기법을 배우게 한다. 우린 그런 부분이 너무도 취약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 총장은 OB(현 두산) 스카우트 팀장 시절 ‘역사상 최고 용병’으로 꼽히는 우즈를 스카우트한 장본인이다. 허나 그가 더 유명해진 건 그러고도 짤렸던 이력 탓이다. IMF의 칼날은 그도 피해가기 어려웠다. 더 중요한 건 구단이 사람을 보는 눈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어 “프로야구는 열기가 높지만 아마야구는 열악한 환경에 있다. 학부모들 만나보면 미래 보장이 없어 야구 시키기 겁난다고 말한다. 리틀, 유소년 야구 선수는 늘고 있는데 중,고교는 팀이 부족하다. 프로야구의 외연을 넓혀 그들에게 야구 선수로서 희망을 줘야 한다. 일구회가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 재원 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수익은 어린 선수들에게 혜택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경백 총장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 베어스에서 매니저로 입사, 스카우트 팀장, 운영 팀장, 홍보 팀장 등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쳤으며, 퇴직 후에는 경인방송, 엑스포츠, KBSN스포츠 등에서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현재는 OBS와 IPSN에서 만날 수 있다.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를 거쳤으며 현재 일구회 사무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I LOVE BASEBALL(2003)’이 있다.
사진=권욱 기자 ukkwon@